[사설] 수많은 참사에도 못 고친 안전 불감증

입력 2016-06-03 20:29:08

지난 1일 경북 고령군의 한 제지공장에서 원료 배합 탱크를 청소하던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먼저 네팔 출신 타파 씨가 청소하려고 탱크에 들어갔다가 쓰러지자, 한국인 근로자 2명이 그를 구하려고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이 탱크 안에는 제지 원료 배합 폐기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인 황화수소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고 들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아직도 산재한 안전 불감증을 바로 보여준다.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위험한 사업장임에도 안전 매뉴얼이나 보호장구는 없었다. 또한, 밀폐된 탱크를 청소할 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환기나 호흡용 보호장비를 착용한 흔적도 전혀 없었다. 공장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 보호장구는 없고 평소에도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오히려 그동안 별다른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문제는 이곳이 대기배출시설을 신고한 경북도 관리업체라는 것이다. 이런 업체라면 당연히 여러 안전장치에 대한 상시 또는 수시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 시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경북도의 관리감독이 소홀했거나, 비치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업체와 관리감독 기관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참사를 통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안전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점검과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실제 현장은 전혀 달랐다. 현장에서는 비용 등을 이유로 눈가림식 안전 조치만 하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 등은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본적이고 간단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컸다. 이번 사건만 해도 2년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역만리 건너온 24살의 네팔 청년과 1남 1녀의 단란한 가정의 가장 목숨을 빼앗아갔다.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명백한 인재다.

경찰은 기본적인 안전도 보장하지 않은 회사는 물론,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경북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또한, 경북도는 비슷한 환경의 도내 유독가스 관리 업체를 전수조사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사람 목숨을 담보해 제 잇속을 챙기는 회사나 이를 알고도 눈 감아 주는 관리감독 기관과 공무원을 끝까지 찾아내 처벌해야 인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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