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김택환 지음/자미산 펴냄
세계경제 침체 속에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심화되는 양극화와 노령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로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야 정치권은 정쟁하느라 경제 문제 해결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이제 한국 경제는 새판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 패러다임과 IMF 이후 밀려든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후 나타난 제1차 산업혁명, 미국에서 전기와 산업벨트를 활용한 제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한 제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현재 독일에서는 제조업 생산과정과 사이버기술을 결합해 효율성과 능률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제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이 독일을 뛰어넘어 제5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3중 융복합을 통한 혁신 창조 모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산업 모델을 연구해 빨리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모델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이 방식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는 한발 앞서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방식의 성장, 즉 신산업과 신제품을 발굴해야 한다.
물론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유효한 산업과 퍼스트 무버 전략이 필요한 산업 분야는 따로 있다. 가령 항공우주 분야는 아직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유효하다. 그러나 정보통신 5G의 경우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식과 독일식 모델의 융복합이다. 말하자면 디지털과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산업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전략이다. 셋째는 B2B 혁신모델과 B2C 창조모델의 융복합이다. 과학기술 혁신은 두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하나는 생산공정에 대한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제품 혁신이다. 생산공정 혁신은 생산성 향상이 목표고 제품 혁신은 신기능 창조가 목표다. 전자의 예로는 독일의 지멘스를 들 수 있고, 후자의 예로는 미국의 애플 아이폰을 들 수 있다.
지은이는 "현재 우리나라 핵심 산업이 사양 산업인지, 미래에도 핵심 산업으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국은 인더스트리 5.0에서 앞서갈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제조업에 더해 IT 강국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은 좋은 머리, 스피드, 집단의식, 손재주, 창조성을 갖춘 뛰어난 국민이다"며 "다만 부족한 것은 인터스트리 5.0을 그릴 수 있는 아키텍처(여기서는 구상 혹은 설계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와 리더십이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또 사이비 경제 조언가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계 산업구조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삼성이 삼성전자를 매각하고 다른 신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식의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조언은 기업을 망치고 나라산업을 몰락의 길로 인도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21세기에도 핵심산업이고 미래산업이며, 매각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해야 할 분야라는 것이다.
온통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넘치고, 한국 경제의 해가 이제 저물고 있다는 말들을 하는 요즘, 대한민국이 세계 1등으로 나설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외치는 반갑고 유익한 책이다. 지은이는 유학생활 10년, 학자 10년, 기자 10년, 작가 3년 등 33년 이상을 독일 연구에 천착해왔다. 30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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