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 잡을 수 없는 검찰이면 다시는 안 돌아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부패한 권력자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부장검사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그리고는 온갖 어려움을 뚫고 기어코 '나쁜 놈'을 붙잡아 사회정의를 바로 세운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영화 공공의 적2(2004년)에 나오는 장면이다.
설경구가 연기한 '꼴통 검사' 강철중은 우리 사회에 무의식적으로 '올바른 검사의 전형'으로 인식돼 있다. 강철중이 순수한 열정과 냉철함, 결단력을 앞세워 부패한 권력자와 부자에게 법의 철퇴를 내리칠 때, 관객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봤다. '나쁜 놈'인 명선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 분)와 강철중 검사의 대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보여주지. 돈이 법보다 쎄단 걸." "기다려! 너 잡는다."
근데 현실은 영화와는 영 다른 것 같다. 2011년에 나온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이 있다. 건설업자 정용재 씨가 전'현직 검사 수십 명에게 20년간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폭로한,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을 증언한 내용이다. "검찰에 100억원은 썼을 것이다. 검사들을 술 마시게 하고 재워주고 섹스시켜 주는 게 내 임무였다. 사업이 어려워지자 검사들은 안면을 싹 바꿨다. 약자들에겐 한없이 난폭하고, 강자들에겐 한없이 비굴해지는 것이 그들의 생리였다."
그는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온갖 압력과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검사들은 나는 새만 떨어뜨린 게 아니다. 나는 비행기도 날지 못하게 했다. 검사들은 나를 구속시켜 입을 막으려 했다." 이 사건이 김영란법 제정의 근거가 됐다고 하니, 정 씨의 고생이 헛되진 않은 모양이다.
검찰은 2005년 '떡값 사건',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등 주기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켜왔다. 이번에 불거진 '스타검사 홍만표 변호사 사건'도 후배 검사들의 적극적인 협조 내지 호응이 없었다면 그처럼 비상식적인 일이 가능했겠는가. 검찰 내부에서 아무리 자정을 외치고 제재를 하더라도 구습과 폐단은 없어지지 않는다. 일부의 문제일 뿐, 모든 검사가 타락한 것은 아니겠지만 과거와 같은 검사다운 기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밤샘을 밥먹듯 하고, 전세를 빼 수사비를 마련했다거나 사표를 쥐고 부장에게 대들던, 그 기백과 용기는 전설 비슷한 것으로만 전해지는 것인가. "강철중 검사 같은 분은 어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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