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나 어쩔 수 없는 경우에 가끔 가면을 쓴다. 이 가면은 직업, 사회적 위치, 나이 등 다양한 요건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특히,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 자기 자신은 깊은 곳에 숨겨 둔 채,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
얼마 전 한 친구가 "보험 문제로 보험회사 직원에게 화를 내고 따지며 한참 말을 퍼부었더니 속이 시원하다"고 하였다. 필자는 "설령 보험회사 쪽의 잘못이 있더라도 차분하게 순리적으로 이야기해라, 전화받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야 된다"고 하였다. 얼마 전 대구미술협회의 한 직원이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단지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통화 중에 상대방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눈물을 글썽인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과 만나야 하는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억울하더라도 참고 할 말이 많더라도 입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살다 보면 누구나 느낀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나 자신이 그 수많은 가해자 중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자신은 가면을 쓰고 일하는 피해자일 뿐 가해자의 가면을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올바른 행동이라고 착각하고 살지는 않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당화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라면상무, 땅콩회항, 백화점 주차요원 사건 등을 단순히 감정노동이라는 사회현상이 만들어낸 부산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 업무의 40% 이상이라면 감정노동에 해당된다"고 하지만, 서비스직뿐 아니라 일반 직장에서도 인간관계나 권력관계에 놓여져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 대다수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는 셈이다.
식당의 저 종업원, 항공기의 저 승무원,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홍보 도우미와 영업사원 등에 대해, 그들 모두가 나의 가족이고 나의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비난은 귀소본능을 지닌 비둘기와 같다고 한다. 자신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두 가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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