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청와대와 싸움보다 국민부터 챙겨라

입력 2016-05-27 20:12:57

외유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전자서명을 통해 거부했다. 임시 국무회의가 의결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안을 결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시 청문회 개최가 주 내용인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가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에 다시 심의할 시간은 없다. 이 법안이 자동 폐기가 되는지, 아니면 현 상태에서 20대 국회가 재심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다. 그러나 통과 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이어서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하다.

이번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나오자 야당은 '협치(協治)'의 파기,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 정치적 의도라며 비난한 바 있다. 또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거부권 행사'(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협치 가능성이 계속 찢겨 나가고 있다'(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앞으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러나 야당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걸맞지 않다. 입법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리라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마찬가지다. 숨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정당한 권리 행사를 비민주적 처사라고 몰아붙여 대통령과 여야 3당 수뇌부가 합의한 협치를 깨겠다는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을 의결하지 않아 자동 폐기되도록 하거나 미뤄놓고, 총선이 끝나 이미 식물과 다름없는 19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부터가 문제였다. 특히 청문회와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정부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음에도 또다시 상시 청문회를 만들어 정부의 힘을 빼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야당은 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기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업 및 산업구조조정, 청년실업, 저성장 장기화 등 당장 합심해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더욱이 이 일은 그들이 입만 떼면 외치는 민생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관한 것들이다. 상시 청문회법과 관련한 대결 구도 조성이 현안 문제 논의 때 우위권을 가지겠다는 의도라면 야당은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야당은 청와대와 정부를 대척점에 세우기 전에 국민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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