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북대 로스쿨 수사, 도덕성이 문제다

입력 2016-05-27 20:13:22

경북대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최종적으로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경찰은 부정 청탁 의혹을 받은 교수, 아들의 입학을 청탁한 변호사, 해당 학생 등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혐의점을 확인할 수 없어 수사를 마쳤다고 했다. 부정 청탁을 지켜본 목격자가 있고 사회에 '금수저 논쟁'을 부른 사건인데도, 찜찜한 결론을 낸 것은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 내지는 끼워 맞추기 식 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의 발단은 경북대 로스쿨 신평 교수가 자신의 책에 '경북대 로스쿨 교수 1명이 아는 사람의 청탁을 받고 그의 아들을 합격시켜야 한다며 동료 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을 실었기 때문이다. 신평 교수가 거짓 내용을 게재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도, 경찰은 의혹을 받은 교수의 행위를 부정 청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부정 청탁 의혹을 받은 교수가 동료 교수,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변호사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현직 변호사 아들이 응시한 사실을 언급했으나 이를 청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해당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아버지 직업을 변호사로 표기한 것은 확인했지만, 대학원 측에서 이를 제재할 근거를 마련해놓지 않아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경찰의 결론은 도덕적인 잘못은 있는 것 같지만, 법적으로 처벌할 만한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신평 교수가 자신의 SNS에 경찰 수사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찰 수사는 의혹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증폭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수사 결과는 이달 초 교육부가 로스쿨 부정입학 행위 24건을 적발하고도 그냥 넘어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경북대의 행태다. 지난달 초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놓고도 아직까지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르면 다음 주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경찰 수사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학교 측이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경북대는 청탁 의혹을 받은 교수나 청탁한 변호사 못지않게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유사한 사건이 더는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