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어린이 사진전 60돌 기념 회고전]<18회> 금상 김학원 작 '하학길'(1974

입력 2016-05-24 22:30:06

눈 내리는 날 하굣길…뭐가 그리 신났던지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18회 금상 김학원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18회 금상 김학원 작 '하학길'(1974년)

아침에 학교로 가는 길은 늘 시간에 쫓겨서 허둥대기 일쑤였다. 그날 필요한 책이며 준비물을 챙겨야 하고, 점심 도시락도 들고 가야 했다. 그래서 가방이 제법 묵직했다.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십리 길을 걸어다녔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으나 그리 많지는 않았다. 길에 나서면 등교하는 학생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보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느긋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좋았다. 일부러 빙 돌아서 이것저것 살피며 구경을 하거나 공연히 여학교 앞을 거쳐 오기도 하였다. 가위바위보 놀이를 해서 책가방을 들어주거나 군것질을 하였다. 국화빵이나 아이스케이크 같은 게 그 시절의 인기 품목이었다. 때로는 수업시간에 장난질을 하다가 불려나가서 벌 받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뿐이랴. 새로 오신 선생님의 모습이나 말투 따위를 흉내 내며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지어 부르기도 하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가끔 '문화교실'이라고 해서 단체로 영화를 보러 다녔다. 학교에서 중심가에 있는 영화관까지 줄을 서서 걸어갔다.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걸어가는 내내 왁자지껄하였다. 요금을 할인해 주었으나, 그마저도 없어서 못 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거기다 학교에 남아서 교실 청소까지 하였다. 다음 날 선생님이 어제 보았던 영화에 대해 설명을 해주거나 또래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영화관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서운한 마음에 시무룩하였다.

갑자기 소나기나 눈이 쏟아지는 날도 있었다. 요즈음처럼 일기예보도 없었고, 우산도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대로 맞으면서 다니기가 예사였다. 눈은 맞아도 장난질을 하느라 즐겁지만, 소나기를 맞으면 마치 물에 빠졌다 나온 생쥐 꼴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처마 밑에라도 들어가서 피했다 오지 않았다"고 야단을 맞았다. 거기다 한 벌밖에 없는 교복이 젖었으니 급하게 빨아서 말려야 다음 날 입고 갈 수 있었다. 어머니는 무척 난감해하셨다.

◇1974년 소사

▷제1땅굴 발견=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고량포에서 북한이 판 땅굴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육군 25사단 소속 수색조가 발견한 땅굴은 폭 91㎝, 높이 1.2m 규모로 남방한계선 1천200m까지 뚫려 있었다. 땅굴 규모는 연대 병력을 한 시간 이내에 이동시킬 수 있을 만큼 컸다.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서울시 중구의 서울역과 동대문구의 청량리역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 철도가 개통됐다. 운행 구간은 9개 역(당시)에 7.8㎞밖에 되지 않았으나 당시 기술로는 아주 획기적이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1974년 8월 15일 오전 10시 23분, 서울시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연설 도중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이 쏜 총탄에 맞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오후 7시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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