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언어 시각적으로 번역…스페이스K, 3인전

입력 2016-05-22 18:25:34

책 읽다 튀어오른 불편한 기억 하나 "미인은 죄다 백인…"

박천욱 작
박천욱 작 '믿음 없이'
지희킴 작
지희킴 작 '불가능한 열망'

객체로서의 사물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서 사물을 조명한 '말하는 사물들'(The language of things)전이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박천욱, 지희킴, 허산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기 다른 사물의 언어들을 시각적으로 번역한 작품을 선보인다.

일상의 익숙한 것들을 낯선 방식으로 재조합해 조각과 설치, 사진, 영상 작업을 해오고 있는 박천욱 작가는 초현실주의의 '낯설게 하기' 수법을 기초로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색다른 시각을 제안한다. 주전자, 컵, 건지개 등의 주방용품을 비롯해 플라스틱 바구니, 의자, 훌라후프, 양복걸이 등 지극히 일상적 오브제를 분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지희킴 작가는 책을 오브제 삼은 작품을 선보인다.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연작은 기부 받은 책의 펼친 페이지 위에 드로잉한 작품이다. 책에 수록된 단어나 문장에서 출발한 드로잉은 작가 자신이 경험해온 사건이나 단상들로 이어진 일종의 기억의 인쇄물과 같다.

팝업 북 형태의 드로잉 설치작업인 '불가능한 열망'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형화된 정답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이성의 권위를 상징하는 학술 영문 서적 위에 껍질뿐인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백인 모델의 이미지들을 대치시킴으로써 미(美)와 지(知)의 이분법의 충돌과 갈등 구조를 만들어낸다.

허산 작가의 작품은 부서진 벽과 기둥 속에 드러난 오브제, 그리고 무너진 잔해와 파편들 그 자체이다. 그의 작품은 실물의 벽이나 기둥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흡사하게 제작돼 관람객들이 의도적으로 찾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눈앞에 있어도 작품인 줄 모르다가 이것이 작품이라고 깨닫는 순간 주변이 달리 보인다. 작품과 작품을 둘러싼 공간, 그리고 공간과 관람자, 작가의 의도 등이 점점 확대되고 맞물려 가면서 관람자는 다양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6월 30일(목)까지. 053)766-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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