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이다. YS가 '독불장군'이라고 지칭한 인물은 박찬종(77) 전 의원이었다. 박 전 의원은 요즘으로 보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비슷하게 젊은 층과 지식인에게 인기가 높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에 사법시험, 행정고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수재였던 그는 달변이었고 논리가 명쾌했다.
그는 1980, 90년대 초반까지 야당에 줄곧 몸담고 있으면서 YS, DJ(김대중), JP(김종필)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연합과 결별을 되풀이했다. YS가 당선된 제14대 대선에서 4위에 그친 것이나,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 후보에게 밀려 2위로 주저앉은 것도 '나홀로 정치'를 고집한 탓이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타협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타협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독불장군이 아니라 '소신파'라는 해명이다.
독불장군(獨不將軍)은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라는 뜻으로, 타인과 타협하면서 살아가라는 교훈적인 경구다. 영어에도 유사한 표현으로 'maverick'이 있는데 그 어원이 재미있다. 새뮤얼 A 매버릭(1803~ 1870)이라는 미국 텍사스의 목장주이자 정치인이 있었는데 다른 목장과는 달리 송아지에게 낙인(烙印)을 찍지 않았다. 텍사스 목장주들이 '전통을 부정하는 독불장군' 혹은 '낙인을 찍지 않은 소'라는 비아냥으로 그의 이름을 따 '매버릭'이라 불렀다. 실제로는 그가 목축에 흥미가 없어 낙인을 찍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독불장군은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인 가타다 다마미(片田珠美)는 저서 '독불장군 상대하기'에서 "독불장군이 되는 원인은 망상, 강박관념, 그리고 지나치게 강한 자기애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다른 의견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 익숙하고, 의견 대립을 '배반 행위'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큰 정치인이 독불장군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정치 행위는 '소신'과 '타협'의 경계선상에 위치한 것인데, 한쪽으로 치우치면 국민만 고달파진다. 가타다 다마미의 분석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독불장군의 전형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독불장군인 것을 보면 우리가 '독불장군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까지 독불장군의 시대가 계속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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