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 도입, 서민들 돈 빌릴 곳이 없다

입력 2016-05-16 19:38:49

저축은행 담보대출 아예 취급 않아…생활자금 대출 있으면 신협서도 거절

대구 북구에 사는 강분승(38) 씨는 5년 전 은행대출을 통해 급매로 나온 아파트를 2억1천만원에 구입했다. 2년마다 이사하는 것도 번거롭고 보증금 올려주는 것도 부담스러운데다 이사할 때마다 드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이사 비용도 아까웠다. 강 씨는 집을 사면서 은행에서 1억2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은행의 권유에 따라 5년 거치, 25년 원리금 분할상환을 선택했다.

은행 직원은 5년 뒤 원리금 상환 시점이 되면 같은 방법으로 또 거치 기간이 있는 대출로 갈아타면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와 달리 기준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4%가량 되던 대출 금리도 최근에는 3%까지 떨어졌다. 갚아야 할 이자도 매월 30만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다음 달로 다가온 거치 기간 종료를 앞두고 다른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은행을 찾았던 강 씨는 감짝 놀랐다. 이달부터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작돼 더 이상 거치 기간이 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달부터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분할상환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연체가 발생한다는 은행 측 설명이었다. 또 '평소에 내던 이자의 두 배인 60만원씩 상환해야 한다'고 했다.

강 씨는 "월급 실수령액이 200만원 정도밖에 안돼 지금도 이자 내기가 부담스러운데 원리금을 동시에 갚게 되면 월급의 3분의 1정도를 빚 갚는데만 써야 한다"고 한숨지었다.

할 수 없이 신협을 찾아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힘들었다. 은행에서 생활자금 대출을 받았다(다중채무)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이어 찾은 새마을금고에서도 문전박대를 당했다. 높은 대출 이자를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찾은 저축은행에서는 아예 주택담보대출을 취급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헐값에 팔기로 했다. 지난해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머다하고 치솟으면서 처음 살 때보다 50%가량 올랐지만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이후 주택 거래마저 확 줄어 당장 집을 팔려면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강 씨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연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해주지 않으니 거리로 나앉게 될 판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계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이달부터 지역은행에도 도입되면서 갑자기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새로운 대출로 갈아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대출 유랑민'이 늘고 있다. 더 이상 거치식 대출을 받을 수 없거나, 기존의 만기 일시상환 대출을 받았던 사람 중 만기가 종료됐지만 만기 연장이 거부되는 데다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기 힘들어서다.

신규 대출 역시 크게 줄고 있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비해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이달 큰 폭으로 줄었다. 대신에 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연체나 다중채무 등의 이유로 대출 자체를 거절당하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도입 후 담보대출 연장이 원천 봉쇄된 데다 신규 대출이 안돼 자산을 급매하거나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를 찾는 이들마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