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삼덕동 사무실 근방에 펫숍(반려동물 가게)이 밀집된 거리가 있다. 쇼윈도마다 들어선 온갖 종의 강아지들이 행인들의 발길을 낚아채 버린다. 봉제인형처럼 사랑스럽고 앙증맞은 강아지들은 웅크리고 잠을 자거나 간혹 유리창 너머 사람들의 손짓에 반응하기도 한다. 요 몇 년 사이 귀엽기 그지없는 아기 고양이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이 귀여운 아이들 중 많은 수는 일명 '펫공장' 출신이다.
지인이 내게 선물한 깜찍한 고양이 '나누'는 스코티쉬폴더종이다. 우리 집에 온 다음 날부터 '나누'는 동물병원과 친구가 되었다. 장염, 눈병, 피부병, 귓속 진드기 등 온갖 병을 달고 온 '나누'는 나를 비롯해 먼저 식구가 된 고양이 '미누'와 '누누'에게도 병을 옮겼다. 지극히 비위생적인 번식농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이다. 새끼 때 구한 '미누'와 '누누'가 태어난 길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 펫공장이다. '나누'를 판매한 펫숍 주인에게 항의를 하자 대수롭지 않게 다른 고양이로 바꿔 가라고 한다. 마치 하자 있는 공산품을 교체해 주듯이 말이다. 만약 내가 돌려주면 폐기처분될 것이 뻔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첫째 '미누'가 괴롭히는 바람에 2년 전부터 동생집으로 옮겨간 '나누'는 그곳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낸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신장이 나빠 피검사와 신장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일요일 오전에 즐겨 시청하는 'TV 동물농장'에서 그저께는 차마 보기 힘든 내용이 나왔다. 펫공장의 참상은 지옥에 대적할 만했다. 오물로 뒤범벅된 번식장에서 어미들은 더 이상 생산 능력이 없어질 때까지 케이지 안에서만 사육된다. 케이지를 벗어나는 순간은 오로지 새끼를 낳을 때나, 번식 능력이 없어져 고기로 팔리거나, 암매장될 때뿐이다. 대부분 불법 운영하는 펫공장의 주인들은 발정유도제로 강제교배를 시켜 1년에 3, 4차례 새끼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 극도로 쇠약해진 어미의 자연분만이 힘들어 주인은 무지막지하게 배를 가르고 새끼들을 꺼낸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야만적이고 잔혹한 행위를 처벌할 법규가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적용할 법적인 조처는 불법으로 유통된 동물마취제를 허가 없이 사용한 점이란다. 그마저 경미한 벌금형에 그친다.
돈을 버는 것에 눈이 먼 브리더(사육자)들과 펫숍 주인들에게 '생명 존중'을 언급하는 자체가 애당초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나라의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이런 밴덜리즘(vandalism)에 귀와 눈을 막을 참인가?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동물 학대는 잔혹 범죄와 인재로 얼룩진 생명 경시 사회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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