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전국 어린이 사진전 60돌 기념 회고전](5회) 김기표 작'조무라기들'(1960년)

입력 2016-05-11 22:30:02

자빠지고 터지고…또래들은 이렇게 컸다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6회 추천 김기표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6회 추천 김기표 작 '조무라기들'(1960년)

아이들은 자빠지고 터지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또래의 아이들이 모이면 한시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장난이 지나치다 싶어,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면 어깃장을 놓으며 일을 더 크게 벌이고 만다. 남의 집 담벼락에 낙서하기, 이웃집 아이의 새로 산 신발에 잉크 뿌리기, 지나가는 여자아이 놀리기, 여름날 수박 서리하기….

구멍가게 앞에는 언제나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조막만 한 머리를 맞대고 서서 군침을 삼키거나 호기심 어린 눈알을 굴리며 주인아저씨의 눈치를 살폈다. 들치고 만지다가 슬쩍 주머니에 넣고는 줄행랑을 치기도 하였다. 설령 붙잡혀도 꿀밤 한 대로 끝이었다. 그렇게 형제자매처럼 얽혀 청년으로 어른으로 훌쩍 커 갔다.

담장 허물기가 시작되면서 담벼락 있는 집들이 드물다. 예전 우리네 한옥에는 널빤지로 담장을 둘러쳤는데, 거기에다 낙서를 곧잘 했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분필이나 크레용으로 우스갯소리나 욕하는 말을 적어놓고 달아났다. 또 두셋이 모이면 지나다니는 여자아이를 놀려대며 낄낄거리기도 하였다.

자전거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웃에 자전거를 가진 아이가 있으면, 그걸 한 번 얻어 타보고 싶어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공을 들였다. 책가방을 들어주거나 숙제를 대신 해주고, 국화빵이나 아이스케이크 같은 것을 사주면서. 요행히 자전거를 얻어 타게 되면, 다리가 짧아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땀을 뻘뻘 흘리며 페달을 밟았다. 때로는 넘어지기도, 때로는 터져서 피를 흘리기도 하였다. 그래도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문득 이런 시가 떠오른다. '정오께 집 대문 밖을 나서니/ 여섯, 일곱쯤 되는 어린아이들이/ 활기차게 뛰놀고 있다.// 앞으로 저놈들이 어른이 돼서/ 이 나라 주인이 될 걸 생각하니/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본다.// 총명하게 생긴 놈들이/ 아기자기하게 잘도 놀고 있다./ 그들의 영리한 눈에 축복이 있길 빈다.' 천상병 시인의 '어린애들'이란 제목의 시다. 그의 '요놈! 요놈! 요 이쁜 놈!'이란 외마디 절규 세 토막은 절창이다.

◇1960년 小史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방한=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1960년 6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52년 12월에도 방한한 적이 있다.

▷4'19 혁명=1960년 4월 19일 자유당 정권이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개표를 조작하자 이에 반발해 부정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며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혁명을 일으켰다.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고, 제2공화국(第二共和國)을 출범하게 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서울역 집단 압사사건=설날을 이틀 앞둔 1960년 1월 26일 10시 45분경 목포행 완행열차를 타려던 승객들이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31명이 압사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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