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성적 가뭄 대비, 준비와 정성으로

입력 2016-05-10 17:56:08

"나무를 베는 데 한 시간을 준다면, 도끼를 가는 데 45분을 쓰겠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다. 링컨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모든 일에 준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격적인 영농철이다. 봄을 맞아 벼농사, 특작물, 과수 등에 대한 농사 준비에 한창인 농촌을 방문할 때면 올해 새로운 영농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계신 분들에 대한 사명감이 든다. 이분들의 노고가 온전히 한 해 농작물의 소중한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하는 것,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 또한 농번기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선제 대응체계를 마련해 필요한 농업용수를 미리 확보해 두는 사전 준비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봄철에 가뭄이 발생하고 여름에 해갈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연간 강수량의 70%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됐고, 특히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이 연간 강수량의 많은 비중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기후변화에 따라 장마철에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을 가뭄, 심지어 겨울 가뭄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니 기후변화에 따른 상시적인 가뭄 발생은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945㎜로 평년(1천303㎜)대비 73%에 불과, 1973년 이래 세 번째로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름철 강수량이 368㎜에 그쳐 평년(634㎜)의 반 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장마 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도 240㎜로 평년(356㎜)보다 33%나 적은 것으로 측정돼 마른 장마가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상시적인 가뭄 발생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가뭄이 들면 비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우제를 지내던 호피 인디언처럼 하늘에 정성만 기울이기에는 가뭄이 너무나 빈번하다. 인디언 기우제의 교훈인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정성을 모아 사전 대비에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경북은 지난해 10월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665개소 평균 저수율이 53%로 평년의 70%에 못 미치고 강수량도 같은 기간 대비 60% 수준에 그치는 등 가을 가뭄이 계속됐다. 올해 영농기 농업용수 공급 차질을 우려해 지난해 10월부터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과 재해 예방을 위한 가뭄대책상황실 운영, 저수지 물 채우기, 저수지 준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중에서도 하천수를 저수지로 끌어 담는 저수지 물 채우기를 실시해 현재까지 약 1천300만㎥의 농업용수를 확보했으며, 영농기 필요한 관정, 양수 장비, 송수 호스 등도 정비했다. 이와 더불어 노후화된 수리 시설물을 보수'보강하고 본부'지사 합동 안전점검반을 운영해 시설물 안전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성주 소성지를 시작으로 안동 호민지까지 경북에서도 겨우내 닫혀 있던 저수지 수문을 열고 양수장을 가동해 영농급수의 첫 물길을 여는 통수식이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통수식이 시작되는 본격적인 영농기, 올해 성공적인 영농을 위한 여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가뭄만큼 농민을 괴롭혔던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올해도 가뭄이 없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올 것을 예상해 좌절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링컨 대통령이 강조했던 준비의 역량에, 기우제에 담았던 인디언들의 소중한 정성을 함께 결집해 미리 대비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새로운 생명의 계절, 새로운 영농철을 맞아 농민들의 농심(農心)이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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