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기쁨 사랑하는 손자/ 할머니 행복 사랑하는 손녀/ 가족들 모두가 축복이야~'
가수 태진아 씨가 부른 '손자 손녀' 중 일부다. 어르신 세대라면 공감이 갈 노랫말이다.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행복이 되는 가족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최근 잇따르는 끔찍한 존속살해, 아동 학대 사건을 보노라면 현실은 '막장 드라마' 그 이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 500만 명은 가족 없이 혼자 산다. 2035년에는 이런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혼(非婚)'만혼((晩婚) 풍조, '기러기 가족' 및 가족 해체로 인한 홀몸 노인 증가 등이 주된 요인이다.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봤다.
◆가족의 새로운(?) 개념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가정은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 또는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로 정의된다. 영어로 가족은 'family', 가정은 'home'에 가깝다.
그런데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가족'가정도 우리 주변에 꽤 늘어나는 추세다. 자칭타칭 '자유로운 영혼'인 맞벌이 직장인 최모(51) 씨 부부의 집은 '3무 가정'이다. 세탁기'가스레인지'서로에 대한 간섭이 없다. 빨래는 모아놓았다가 주말에 동네 세탁소에 맡긴다. 대학생 딸까지 모든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는 덕분에 가스레인지도 없다. 몇 년 전 선물 받은 전기밥솥은 아예 포장을 뜯지 않았다. 그럼에도 1끼 5천원 수준의 저렴한 외식을 즐겨 엥겔지수(총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는 높지 않다는 게 최 씨의 귀띔이다.
결혼 23년째인 최 씨 부부는 상대방에 대한 간섭도 일절 하지 않는다. 집안일이라고는 주말에 함께하는 청소뿐이다. '가사 해방 구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씨는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아내가 가사에서만큼이라도 자유로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싫어하는 일을 하다가 골병드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회사원 엄모(46) 씨는 '지구촌 가족'이다. 지난해 여름휴가를 부모님, 동생 부부와 싱가포르에서 보냈다. 엄 씨는 한국에서, 엄 씨 아내는 영국에서, 엄 씨 동생의 아내는 일본에서 일하고 있어 엄 씨 동생이 일하던 싱가포르에서 모였다. 엄 씨 형제 모두 자녀가 없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다. 올해는 동생이 제주도에 새 직장을 구하면서 제주도가 이들 가족의 휴가지로 결정됐다. 엄 씨는 "가족들이 모두 외국계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각자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삶이 편하다"고 말했다.
◆직장 문화도 달라져
17년차 교사인 강모(43) 씨는 직장에서 '퍼스트 펭귄'(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조직에 큰 영향을 주는 구성원)이다. 지난 2월 둘째 딸을 낳으면서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육아 휴직(1년)을 신청한 남자 교사가 됐기 때문이다. 강 씨의 뒤를 이어 올 하반기에는 다른 남자 교사도 휴직계를 낼 예정이다. 강 씨는 "첫아이 때는 눈치가 보여 휴직하지 못했는데 아내가 너무 힘들어 했다"며 "급여가 줄어 살림살이는 팍팍해졌지만 재충전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쓸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 씨와 같은 남성 육아휴직자는 증가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1천38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79명)보다 57.3%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2만1천259명) 비율도 6.5%로 처음으로 5%를 넘었다.
'가족친화직장' 인증을 받는 기업도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08년부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모범적으로 지원하는 기업'공공기관에 대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증 기업은 각종 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에서 가점 부여,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구테크노폴리스 입주 기업인 '디자인그룹 칸'은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10명에 이르는 직원 가운데 매일 출근하는 직원은 6명뿐이다. 여성 직원 2명은 출산 이후 재택근무 중이고, 남성 직원 2명은 자신이 편한 날에 출근해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이 회사 신홍(51) 이사는 "산업디자인 회사로서 프로젝트 중심 운영을 하다 보니 유연근무제를 도입해도 경영에 문제가 없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경력단절 없이 육아를 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부모도 공부해야 '자격'
최근 국민 공분을 샀던 흉측한 가정 범죄들은 경제적 궁핍, 결손가정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등 여러 사회병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 역시 이런 사건들이 가족기능의 약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지난 2월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부부간 또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역할 재정립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지원, 가족유형별 맞춤형 서비스 지원 강화, 정부'가족'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돌봄 지원 강화 등이 망라됐다.
대구 여성가족재단 일'가정양립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올해 처음 실시하는 '워킹 대디 가족사랑교육'도 눈길을 끈다. 센터는 자녀를 둔 일하는 아버지 30명가량을 모집해 6, 7월 두 달 동안 '자녀와의 소통' '가정에서 역할 찾기' 등을 교육한다. '아빠와 함께' 요리 경연대회도 마련했다. 교육을 마치면 '일'가정 양립 아빠 서포터스'로 활동하게 된다.
센터 엄기복(49) 총괄팀장은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성들의 이해와 실천이 요구되지만 관련 교육은 부족하다"며 "특히 보수적인 편인 대구 남성은 가족 간에 표현과 소통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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