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다. 1년 내 어린이를 위한 날이라 의미 없다고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의 마음은 또 다를 것이다. 2016년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 딸을 둔 아버지로서, 또 대한민국 40대 아저씨로서 어린이들에게 하고픈 말을 적어본다.
어린 시절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수학, 영어, 독서, 운동, 예술까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학교에서 집에서 늘 배우는 내용이니 지면에까지 담지 않겠다. 그러나 또 하나 꼭 배워야 할 것이 있다. 편견 없이 자라는 것이다. 수십 년 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린 친구들이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먼저 인종에 대한 편견 없이 자라야 한다. 한국에는 많은 영어학원들이 있다. 한번은 필자가 학원들을 둘러보다 신기한 점이 있어 원장에게 질문을 하나 던진 적이 있다. "학원에 백인 강사는 많은데, 왜 흑인 강사는 없나요?" 원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들이 싫어할까 봐 채용하지 않는다"고. 너무 황당했던 기억이어서 한동안 잊히지 않았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받는 차별은 억울해하면서, 남은 나와 다르다고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너무 당연한 피부색에 의한 차별 금지는 어린 시절부터 배웠으면 한다.
다음으로 성별에 의한 편견 없이 자라자.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 친구에게 들은 얘기다. 수업시간에 자신의 엄마, 아빠에 대해 느끼는 점을 글로 쓰라고 했더니, 한 남학생이 엄마를 이렇게 표현했단다. "집에서 놀면서 감히 아빠한테 대든다니까." 엄마는 직업의식이 부족해 전업을 택한 게 아니라 육아 때문에 전업을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또 가사노동과 수입노동을 배분한 것은 부부의 합의였음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게다가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때리는 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남자가 같이 때리면 나쁜 남자라 하니 맞기만 하지만 여자 손도 맵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빈부에 의한 편견을 가지지 말자. 돈이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지만, 돈이 없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네가 남보다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너보다 공을 잘 가로채는 친구도 있는 것처럼, 어른들도 똑같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친구네 집이 크거나 작다고 해서, 그것이 친구네 가정의 행복의 크기는 아니다. 오히려 네 주변의 '제제'들에게 라임오렌지나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또 다른 친구가 너의 라임오렌지나무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어린 시절 배워야 할 것들은 참 많다. 학교도, 집도, 동네 어른들도, 날씨도, 자연도, 심지어 보도블록 사이에서 피어난 들꽃조차 너희들의 선생님이란다. 어린 시절 편견 없이 자라나도 어른이 될수록 편견에 물들기 쉽다. 굳건한 심지를 키우는 일이 어린 친구들의 몫이다. 어린이날이다. 모든 어린 친구들이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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