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빛나는 실버] 이야기 할머니-피귀자 수필가

입력 2016-05-04 16:32:16

올해 개원한 공립유치원인 대구 달서구 상원유치원에서 피귀자 씨가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위 피귀자 씨.
올해 개원한 공립유치원인 대구 달서구 상원유치원에서 피귀자 씨가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위 피귀자 씨.

언젠가 지하철 안에서 그를 마주쳤다. 반가워서 이야기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그는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조금은 짜증이 날 만도 할 텐데 "약속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며 특유의 웃음으로 되레 나를 배려했다. 남의 입장이 되어 먼저 마음을 여는, 어려운 이웃을 소문 없이 도와주는 사람, 바로 수필가 피귀자(64'대구시 달서구 월배로) 씨다.

피 씨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다.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원체 아이들을 좋아하다 보니 마음까지 동심의 꽃망울을 달고 있다.

'딸네 집 현관문을 열자 손자가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안겨오는 말랑한 살갗이 부드럽다. '무무루루.' 아직 온전한 말이 되지 못하는 말들이 어떤 음악보다 감미롭다. 휘어지는 허리와 아픈 팔의 시큰거림도 업어주고 안아주는 동안은 무감각이다. 순진한 예쁜 눈망울에 미소까지 겹치면 기쁨이 넘친다. 살맛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그의 글이다. 요즘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니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하고 있단다. "핵가족화 및 부모의 경제활동 증가로 인해 유아기의 인성교육 및 교육 주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풍부한 사회 경험과 연륜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를 통해 전통적인 인성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할머니는 일정한 교육을 마친 후, 손자 세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전통적인 무릎 교육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시에 조손 세대 간의 문화적 단절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정신적 감화뿐만 아니라 이웃의 선행과 우리 문화에 대한 긍정적 관심을 유도한다고.

이야기 할머니 자격은 만 56세 이상 만 70세 이하, 고정된 직업이 없는 여성으로 지식과 인성에서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자원봉사자로서의 의지와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을 국학진흥원에서 모집한다. 피 씨가 신청한 6기 모집은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한 가지 이야기를 외워서 하루 한 군데의 유아교육기관에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주 3회 봉사하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에 즐거움과 보람을 느껴 생각했던 것보다 얻는 것이 오히려 훨씬 더 많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이들이 "할머니이~" 하고 달려와 안기고 볼에 쪽쪽 뽀뽀를 해주어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어리석은 여우가 먹이를 모두 놓친 후 몸도 다치고 배가 고파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집에 먹을 것이 많은데 나누어 주고 싶어요" 하며 걱정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앞에서 영혼까지 맑아짐을 느낀다고.

피 씨는 퇴직 후 수필을 쓰면서 삶을 새롭게 직조한다고 했다. 수필을 더 잘 쓰기 위해 수필 평론을 공부, 대구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대구문학'에서 평론 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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