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끔찍한 그날' 폐렴 증상 반복해 앓던 아들 원인불명 폐질환인줄 알았는데
"이번엔 반드시 해결돼야 합니다. 5년 동안의 외로운 싸움에 이젠 지쳐갑니다."
김덕종(40) 씨에게 7년 전 2009년 5월 7일은 너무도 끔찍한 날이었다. 폐렴 증상을 반복해 앓던 아들 승준(당시 5세)이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인 김 씨도 '상세불명(원인불명)의 폐질환'에는 속수무책으로 아들을 잃었다.
승준이를 앗아간 주범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걸 안 것은 2년 뒤. 김 씨는 자신의 가슴을 치고 또 쳤다. 숨지기 몇 달 전부터 폐렴 증상을 자주 보이며 병원을 오가던 승준이를 위해 가습기에 살균제를 사다가 넣은 것이 자신인 탓이다.
"죄책감이 너무 심했고 끔찍했습니다. 오히려 폐렴 증상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김 씨의 외롭고 긴 싸움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아들의 허망한 죽음에 대해 국가와 제조사에게 책임을 묻고 예방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을 돌며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펼치고 1인 시위도 진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옥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에 항의 방문까지 했다.
"그동안 국가는 기업과 개인 간 문제라며 손을 놨고 제조사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외로운 싸움에 많은 분들이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5년이 지난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사과에 김 씨는 오히려 분통이 터진다.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2일 옥시의 '중증 피해자 보상안과 나머지 피해자를 위한 100억원 기금' 발표도 사안을 정리하고자 하는 '꼼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마치 언론과 검찰을 향해 사과하는 것 같고 진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옥시는 물론 다른 제조사 살균제 피해자들과 3, 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안도 명확히 마련돼야 합니다."
먼저 간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큰 탓에 김 씨는 여전히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철저한 조사와 보상, 입법을 통한 예방 대책만이 김 씨의 싸움에 마침표가 될 수 있다.
김 씨는 "8살, 5살이 된 승준이의 동생들도 문제의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를 사용했다"며 "드러난 피해자들은 물론 더 많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국가가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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