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에 휩쓸린 대구 청년들

입력 2016-04-27 20:04:44

"구조조정 1순위 됐어요"

#1 대구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2년 전 경남 거제의 대기업 조선업체 협력사에 취업한 A(21) 씨는 기약 없는 '무급휴직' 중이다. 일감이 없어 월급조차 받을 수 없어 몇 달 전 휴직하고 대구로 돌아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2 대구에서 대학 졸업 뒤 거제 조선업체에 취업한 B(33) 씨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퇴직 신청을 하지 않고 회사에 남기로 결정한 B씨는 자신이 구조조정 1순위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B씨는 "그래도 대기업이라 설마했는데 실직이 두렵다"고 했다.

조선업계 불황 바람이 대구경북까지 덮치고 있다.

거제 등 조선업계에 취업한 대구권 대학과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고, 취업준비생들도 더 좁아진 취업문에 한숨짓고 있다.

경북대학교 경우 2014년 전체 취업자 2천91명 중 5%가량인 108명이 조선업계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경북대 졸업생 중 조선업계 취업생만 1천여 명이 넘는 셈이다. 대구권 대학 취업담당자들은 "한동안 조선업계에서 신규 인력을 많이 뽑았고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일자리가 없는 대구경북 대학 졸업자 중 해마다 많은 인력들이 조선소가 있는 거제 등으로 취업을 했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의 대형 조선업체의 경우 대구 출신 직원들이 늘면서 대구와 거제를 오가는 주말 회사버스를 2배 이상 늘리기도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조선소와 협력사에 대구 출신이 늘면서 3년 전 1, 2대를 운영하던 버스를 5대까지 늘렸지만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도 울상이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조선업계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 중 하나였지만 지난해부터 인력을 뽑지 않는 곳들이 많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대졸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 등 조선업계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래가 밝지 않다는 우려 때문에 조선업종 취업을 꺼리는 취업준비생들도 많아졌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대기업 조선업체 협력사 일자리의 인기가 높아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조선업종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조선업 취업이 활발했지만 올해는 인력 채용이 끊기며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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