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모 자동차회사의 SUV 신차를 구입한 신은철(33) 씨. 산 지 한 달도 안 돼 차량 계기판엔 '오토스톱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라는 표시가 뜨기 시작했다. '오토스톱'은 연비 개선을 해주는 기능으로 신 씨가 차량 구매 때 옵션으로 선택한 것이다. 신 씨는 자동차 본사에 이에 대해 항의했다가 "블랙박스를 사용하면 오토스톱 기능을 쓰기 힘들다"는 답변만 들었다. 서비스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차량 설계가 그렇게 됐으니 추가 비용을 내고 보조 배터리를 달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 아무런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최근 '오토스톱' 기능이 탑재된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될 경우 해당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돼 소비자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오토스톱(ISG)은 차량이 정지했을 때 시동이 자동으로 꺼져 4~10% 연비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능으로 국내차뿐 아니라 수입차에서도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오토스톱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배터리 충전 상태가 8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블랙박스를 같이 사용하면 전원 부족으로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김무수 오토에이브이 대표는 "최초 시동을 걸 때는 많아 봐야 배터리 충전율이 70% 정도이고 1시간 내외 운행해야 80%대까지 충전된다. 짧은 출퇴근 시간과 동선을 가진 사용자가 블랙박스를 탑재해 상시 전원 상태를 켜 놓으면 보조 배터리를 사용해야 오토스톱 기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은 이런 문제를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업체들은 소비자가 옵션을 선택할 때 배터리가 77~80% 이상 충전된 상태여야 해당 기능이 작동한다고 조건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판매 전에 조건을 명시했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조건을 충족하도록 운전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블랙박스는 소비자의 기호 제품이라 해당 기능을 고려해 자동차를 설계하거나 보조 배터리를 분리해서 제공하지 않고 있는 만큼 고객이 필요하면 보조 배터리를 별도로 달아야 한다"고 했다.
김현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장은 "제조사에서 시장 상황을 판단해 블랙박스 설치 예정인 소비자에게 보조 배터리 옵션을 추가할 수 있게 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히면 소비자 입장에서 추가적인 장착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