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한 번 더!", "사진 같이 찍어요." 공연이 끝나면 여느 공연장 못지않게 연주자들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곳, 그 감동의 잔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무대. 그곳은 바로 대구시립예술단의 '찾아가는 공연'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공연장에 직접 가야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의 틀을 바꿨다. 다시 말해 시립예술단이 직접 신청 단체를 찾아가 무료로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다.
6개 시립예술단체인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소년소녀합창단, 극단이 각각 단체별로 학교, 복지시설 등과 같은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가 공연을 한다. 경우에 따라 2개 이상 단체가 함께 프로그램을 구성해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시립예술단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의 예술 단체를 섭외해 보다 다양한 장르로 무대를 준비하기도 한다. 금관5중주, 성악, 국악, 한국무용 등 여러 장르를 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다.
"우와, 저 악기는 뭐지?" 공단밀집지역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날, 깜짝 무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어졌다. 무대 뒤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연주자가 갑자기 저 멀리 반대편에서 불쑥 나왔다. 그렇게 5명이 일렬로 줄을 서서 걸어 나오며 연주가 시작됐다. DAC 브라스 퀸텟의 금관5중주 연주였다. 공연이 끝난 후, 커서 훌륭한 트럼펫 연주자가 되겠다고 보내온 한 학생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은 시립예술단이 한 노인요양원을 찾았다.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리허설 준비에 여념이 없었는데, 첫 줄 맨 구석에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 한 분이 눈물을 훔쳤다. 성악 중창팀이 준비한 우리 민요 '아리랑'을 연습하는 동안, 어느새 그 멜로디가 할아버지의 마음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공연 때마다 자주 듣는 곡이기도 했지만 이날만큼은 더욱 마음이 짠해지면서 내 마음도 울컥했다.
직장인에게 하루 일과 중 힐링 타임이라 할 수 있는 점심시간. 이 시간마저도 시립예술단의 찾아가는 공연은 놓치지 않는다. 신명나는 판소리, 격정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눈을 감고 듣기도 하고, 노랫말을 혼잣말로 따로 부르기도 하는 등 사람들의 감상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그렇게 로비에서 모두 한마음으로 즐기고 난 후 그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다.
이처럼 시립예술단의 찾아가는 공연은 시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보이기 위해 지금도 노력과 고민을 더하고 있다. 내 생활의 터전이 곧 무대가 되는 곳. 화려한 조명 아래 웅장한 무대가 아닐지라도 그곳에서 터지는 환호, 감동, 눈물은 '찾아가는 공연'이 존재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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