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이사진·시설 장악한 노조, 사망사고 생겨도 '쉬쉬'할 뿐

입력 2016-04-19 22:30:06

청암재단 운영 문제와 해법

청암재단의 실태는 '한국 사회 복지 수준'의 창피한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구 재단이 운영 비리로 물러난 뒤 사회단체 대표들로 이사진이 구성됐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인권 침해를 막지 못했다. 여기에 시설 노조 출신들이 시설장을 맡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보다는 덮는데 급급한 폐쇄적인 운영 방식이 더해졌다. 또 시설 소재지는 경북 경산, 재단 주소는 대구로 돼 있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감독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문제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은 사망'상해 사건이 발생해도 관련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했다. 제대로 된 진상 조사 없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고, 책임을 물어야 할 직원들에 대해선 봐주기로 일관했다.

동료 장애인을 폭행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명확한 진상 조사 없이 가해자 장애인을 병원에 입원시켜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고 해당 순찰교사에 대해선 1개월 징계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노조 측이 항의하자 시설장은 징계를 철회했다.

관리 소홀로 수용 장애인이 사망하자 담당 교사를 해임했지만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관련된 다른 직원은 서면 경고에 그쳤다.

이사회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사망'상해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라고 시설에 요구했지만 시설장과 간부들은 명확하게 조사하지 않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길 꺼리는 등 사건을 숨기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비전문적이고 폐쇄적인 운영

전문가와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청암재단과 산하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의 원인으로 비전문성과 폐쇄성을 꼽았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이 없는 비전문가들로 재단이사회가 구성된 탓에 문제를 막지 못했고, 시설은 노조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폐쇄적으로 흘렀다는 지적이다.

청암재단은 2005년 이후 시민사회가 돌아가면서 이사장을 맡아왔다. 최근까지 모두 5명이 이사장을 맡았는데, 이 중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노동조합 간부 출신이거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이사 중에서도 치과의사와 변호사, 시내버스회사(연합뉴스) 대표 등 장애인 복지와 거리가 먼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사회는 보통 1년에 4차례 열리고 이사장도 돌아가면서 맡기 때문에 시설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없어 시설 내 인권침해를 막는 데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시설은 노조 출신이 차지하는 등 운영이 양분화됐고, 폐쇄성은 더 심해졌다. 시설 직원이 중심인 노조가 시설 인사위원회에 참여했고 시설장과 사무국장 등도 직원 중에 임명됐다.

◆행정 감독 문제와 탈시설 해법은

감독기관인 대구시와 동구청도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시는 재단이사회 구성에 대한 승인권 등 법인 관리 책임을 등한시했고, 구청은 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역할을 소홀히 해 왔다. 두 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사법 기관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별도의 행정처분이나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재단에 대한 감독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사건 사고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수사가 끝나면 법인 해산이나 시설 폐쇄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구청은 재단은 대구 동구에 있고 시설은 경북 경산에 있는 등 소재지가 떨어져 있어 관리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재단과 시설이 떨어져 있을 경우 시설 소재지의 시'도지사와 지자체장이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개정(1999년)되기 이전에 재활원(1981년)과 요양원(1992년)이 경산에 세워졌기 때문에 적용이 되지 않는 것.

동구청 관계자는 "재단이 동구에 있어 시설 감독 업무를 맡고 있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1년에 2차례씩 정기 점검을 나가지만 인권침해를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의 취지에 맞게 시설이 있는 경북도와 경산시가 관리 업무를 넘겨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청암재단의 법인설립 허가 취소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 폐쇄 ▷사건 관련자 해임 및 법적 처벌 ▷특별감사 실시 등 강력한 처벌과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대구시에 요구했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시민사회에서 운영해도 인권 문제가 발생하는 등 시설에 장애인을 모아놓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한계가 드러났다"며 "앞으로 시설 규모를 줄이고 연차적으로 장애인이 지역에 나와 생활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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