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갑부 미국의 워런 버핏(85)과 함께 식사 한 끼를 한다면 얼마나 들까. 지난해 5월 경매 낙찰가는 235만6천789달러(약 27억원)였다. 호사가들은 색다른 경험을 위해 거액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2000년 처음 시작된 버핏과의 식사는 2만5천달러(약 2천8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가 치솟은 것은 첫 온라인 경매가 이뤄진 2003년이었다. 이 해 낙찰가는 25만달러로 10배 뛰었다.
올해 17회를 맞게 될 식사경매가 갈수록 돋보이는 것은 한 푼도 버핏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돈은 고스란히 자선단체로 들어간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해 미 포브스지는 버핏의 자산을 692억달러, 세계 4위로 들었지만 그는 재산 대부분을 빌 게이츠 재단 등에 기부하고 있다.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재단을 만들지도 않았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라면 어떨까. 15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재력가 저택에서 열린 '클린턴 선거 모금 파티'에서 클린턴과 그 지지자인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자리값이 35만3천400달러(약 4억원)로 매겨졌다. 할리우드와 실리콘 밸리의 큰손들만 초청된 이 클린턴의 모금 파티엔 비난이 쏟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버핏이 그런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산증인인 버핏이 큰손들의 기부금 '슈퍼팩'에 의존하는 정치인 클린턴의 손을 들어주다니. 이유는 클린턴이 '부자 증세'를 통해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 공약 때문이다. 버핏은 열렬한 부자 증세론자다. 자신 같은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라고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20대 총선 결과 당선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5세, 재산은 4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50대의 가구당 평균 순자산액 3억4천여만원을 열 배 이상 웃돈다.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핵심 공약 중 하나가 기초연금 인상이었다. 노인들에게 더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부자들의 거액 기부금에 의존해 선거를 치르면서도 '부자 증세'를 들고 나온 클린턴이나 그 자신이 갑부이면서 자신의 세금부터 올리라고 주장하는 버핏 같은 인물을 우리나라에선 찾기 힘들다. 부자들로 채워진 20대 국회에선 이를 기대하기가 더더욱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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