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원하는 것 실천하는 국회 돼야

입력 2016-04-14 21:11:41

4'13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그 어떤 권력도 민의를 외면하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진실을 가슴 깊이 새기지 못해 새누리당은 원내 2당으로 전락했다. 집권당이 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권력에 취해 민의를 외면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몰락은 야당도 깊이 새겨야 할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민이 자신의 손을 들어준 뜻을 잘 읽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 오만했기 때문이다. 16년 만에 재연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진정한 의미는 새누리당의 참패이지 야당의 승리가 아니다. 다시 말해 야당이 새누리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은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의 응징에 따른 부수적 결과라는 것이다.

총선 결과의 진정한 의미는 새누리당 응징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선거날이 가까워져 오면서 부동층이 오히려 늘어난 현상이다. 선거전 초반에 부동층이 많았다가 선거날이 다가오면서 감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이는 여당도 야당도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음을 뜻한다. '인물'도 '정책'도 '바람'도 없는 '3무(無)' 선거였으니 당연했다. 그 결과 유권자는 여야의 예쁜 면이 아니라 미운 면을 보고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보다 미운 면이 더 많은 새누리당이 참패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웠다. 이런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승리에 자만하면 민심의 응징 칼날은 야당으로 향할 것이다.

19대 국회는 사상 최악이었다. 그 일차적 책임은 국정 운영에 무한책임을 지는 여당에 있다. 하지만 야당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19대 국회가 최악이란 오명을 쓴 데는 야당의 실질적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주도해 만들었지만, 활용은 야당이 더 잘했다. 그 결과 19대 국회는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았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4년 8개월이나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나,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은 단적인 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를 비판하고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해 국민이 고개를 끄덕인 것은 바로 이런 대결적 자세와 국정 발목 잡기 때문이다.

국민 위해 여야가 윈-윈하는 20대 국회 돼야

이런 비생산적 국회 운영이 20대 국회에서도 재연되면 국민의 삶은 더욱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이대로 주저앉느냐 아니면 새롭게 도약하느냐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저성장 기조에 갇혀 있고, 사회적으로는 계층'세대 간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 등 안보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도전들을 슬기롭게 넘기려면 먼저 박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야당 지도부와 수시로 만나 소통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야당 또한 달라져야 한다. 여당에 각을 세우고 반대만 하는 것이 야당다운 것이란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달린 국정 과제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최대한 늦춰질 수 있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민에게 불행이다. 국정 운영의 차질로 국가 발전이 더욱 늦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레임덕을 원하는 국민도 없다. 야당에도 레임덕이 좋을 리 없다. 현 정권이 국정 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임기를 마치면 야당이 다음에 정권을 잡았을 때 그 덕을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윈-윈'이다. 국민은 이를 원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