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상반기에 국립한국문학관(이하 한국문학관) 건립 후보지를 공모하고, 하반기부터 설계에 나선다. 대구시와 문학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 등 민간단체와 시민들의 유치 의지가 뜨겁다. 이미 대구문인협회, 대구예술인총연합회, 경북문인협회, 경북예술인총연합회 등 대구경북이 힘을 합쳐 대구 유치를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한국문학관은 도서관, 공적기록관, 박물관 등의 기능이 통합된 라키비움(Larchiveum)의 형태로 운영될 것이다. 이 미래지향적인 문학관이 건립되었을 때 전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활용과 운용을 도모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대구다. 유치 운동을 하고 있는 지역마다 이런저런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구는 이들의 장점에 더해 몇 가지 당위성이 더 있다.
첫째, 한국문학의 발원지이자 근현대문학의 요람으로서의 역사성이다. 신라 향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 김시습 작 '금오신화'의 산실이 경주 금오산이다. 그리고 대구는 이상화, 이육사, 현진건 등이 나고 활동한 항일저항문학의 산실이었다. 1945년 10월에는 해방 후 전국 최초로 죽순시인구락부가 대구에 설립됐다. 잡지로는 1946년 4월 '아동', 5월 '죽순', 6월 '새싹'이 잇따라 대구에서 창간됐다. 1948년 3월 14일에는 달성공원에 이상화의 시비가 세워졌다. 한국 최초의 시비이다. 특히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부터 1953년 휴전 협정 때까지 전국 문인들의 활동이 펼쳐진 대구는 명실상부 한국 문학의 수도였다. 한 예로 대구 출신 상화(1901~1943)와 고월(1900~1929)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한국전쟁 때 대구에 지어진 '상고예술학원'은 국내 최초의 문학예술 전문교육기관이다.
둘째, 접근성 및 타 도시 또는 타 지역 문인들과의 관계성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2시간 이내, 전국 어느 곳에서 출발하더라도 하루 만에 다녀갈 수 있는 곳이 대구다. 한국전쟁 전후로 내로라하는 전국의 문인, 예술가들이 대구와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여느 도시 예술가들과의 인연이나 관계성에서 크게 돋보인다. 그들의 흔적은 지금도 대구 북성로와 향촌동에 고스란히 남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셋째, 대구는 장안의 지가를 들썩이게 하는 문사들을 많이 배출하였으며, 서울을 제외하면 문인이 가장 많은 도시다. 학문을 숭상한 선비정신, 한국전쟁 때 보여준 외지인에 대한 후한 인정, 새로움을 받아들여 더욱 새롭게 만드는 융화력 등에 힘입은 것이다.
넷째, 향후 활용성이다. 대구시는 이미 한국문학관이 건립될 최적의 문화예술 창조단지로 몇 곳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두류공원 일대다. 대구시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코오롱야외음악당, CT공연플렉스파크, 출판산업지원센터에 더해 대구예술의전당과 창작예술인촌을 건립, 이들과 연계해 한국문학관을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 외에도 두류정수장이나 경북도청 이전터도 한국문학관을 건립할 장소로 관심을 둘 만하다.
다섯째, 국가 균형발전 차원이다. 대구에는 국립 문화시설이 대구박물관 1개소밖에 없다.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는 추세만 보더라도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은 우리 시대의 당면 과제다. 대구에 한국문학관이 건립된다면 대구는 한 지역의 중심도시가 아니라 한국문학의 앞날을 기꺼이 고민하는 즐거움을 안게 될 것이다. 또 인근 지역에 산재한 문학관들, 문학축제와 연계해 관광벨트를 조성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문학관 유치 및 운영을 기반으로 세계문학제도 해마다 열 수 있다면, 우리 지역 문학인은 물론 시민들의 자존감도 한껏 올라갈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