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소통과 소신의 정치

입력 2016-04-14 18:34:00

20대 총선에서 가장 큰 승자는 전국을 통틀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유승민 무소속 당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그렇다면 가장 큰 패자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그중에서도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였다.

박 대통령과 김 당선자는 그동안 '일하고 싶다'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공통된 화두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경제 및 노동 관련 법을 통과시켜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당선자도 대구에서 연거푸 낙선하면서 '야당 인물을 한번 당선시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화두였지만, 이를 관철시켜 나가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박 대통령은 국회는 법을 제정하고 일은 정부가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하겠다'보다는 "국회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며 국회 탓으로 무게중심을 뒀다. 특히 여'야에 대한 설득과 소통보다는 강한 압박과 비난에 치중했다. 국민들 눈에도 행정부 수장인 박 대통령이 입법부를 존중하고 손발을 맞추기보다는 늘 꾸짖는 모양새로 비쳐졌다.

반면 김 당선자는 4년 전 대구 수성갑에 첫 출마해 낙선한 뒤 지금까지 대구를 떠나지 않았고, 박근혜정부나 여당에 대해서도 '비판만 하지는 않겠다'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통합과 소통의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2차례 낙선하고도 유권자나 시민 탓을 하지 않고, 대화를 통한 소통의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적어도 대구에서만은 이번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보다 '야당 후보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김 당선자의 절실한 호소가 더 먹혀들어간 셈이다.

원내대표 시절 '따뜻한 보수'를 주창한 국회 연설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유 당선자도 새누리당 공천 과정 내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차기 대권 후보 반열에 올랐다. 유 당선자는 그동안 경제와 복지, 법인세, 안보 정책 등에서 뚜렷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3선 내내 군 비행장 소음피해 해결을 위한 K2 이전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임위(국방위원회)를 그대로 유지한 것도 그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 당선자의 대척점에 선 이른바 진박 후보들에게 정책이나 공약은 의미가 없었다. 친박 마케팅에만 기대다 여의치 않자 막판 '읍소전략'으로 돌아섰지만 결과는 4승 5패였다. 대구 진박 7명 중 4명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낙선했고, 경북 진박 2명 중 1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소통과 소신'의 대구 두 정치인이 이제 총선을 넘어 대구의 차세대 정치 리더, 나아가 대권가도에서 여'야의 유력 주자로 경쟁을 벌일 수 있을지도 이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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