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연령 낮추면 투표율↑? '참여율 낮아 별 영향 없을 것"

입력 2016-04-08 22:30:02

사회학으로 본 선거

선거철만 다가오면 여야의 협상 테이블에 항상 오르는 선거구 획정 문제만큼 선거 연령 하향 문제와 투표시간 연장 문제도 단골손님이다. 야당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고, 투표시간도 밤 9시 혹은 10시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야당에 유리한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높다는 배경에서 나온 주장이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당연히 반대 입장을 세우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엄기홍 교수를 통해 정치'사회학적 관점에서 이들 문제를 들여다봤다.

◆만 18세가 전 세계 추세?

야당과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선거 참여 연령이 만 19세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참정권의 핵심인 선거권은 최대한 많은 국민이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일본도 최근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등 전 세계 232개국의 93%에 해당하는 215개국이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추고 있어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 세계 190개국의 유권자 연령을 조사한 결과, 18세 이상인 곳은 147개국에 달했다. 심지어 6개국은 16세 이상, 4개국은 17세 이상이면 투표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만 18세로 선거 연령을 하향하는 데 따른 여야의 유불리는 어떨까. 엄 교수는 "전 세계 성인 기준은 다르다. 징집병제가 있는 국가는 징집병 나이와 일치시키고, 모집병을 도입한 국가는 군에 지원할 수 있는 나이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까진 선거 연령을 한 살 내릴 경우 투표율이나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상식선에서 진보 성향인 젊은 층이 가세하면 야권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새롭게 늘어날 유권자 수가 전체 유권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정치 무관심 탓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리란 분석도 있다"고도 했다. 올해 18세가 돼 선거할 수 있는 인구는 약 65만4천 명이다. 이를 19대 총선에서 19세 투표율이 47%였던 것에 대입하면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인구는 이 중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유효 투표수의 약 1.5%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젊을수록 투표 참여율이 낮기 때문에 선거 연령을 낮춰도 참여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노년층의 비율과 맞추려고, 투표율 높이기 위해 연령을 낮추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투표시간 연장하면 투표율 상승?

지난해 치러진 4'29 재'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시간이 오후 8시까지 2시간 늘었다. 당시 투표율은 36%로 집계됐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의 32.9%에 비해 3.1%p 오르긴 했지만 사전투표율이 7.6%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정작 투표 당일에는 상당수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선거구가 4곳에 불과한 등 당시 여러 요인 때문에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율 상승을 견인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과만 봤을 때는 영향이 적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엄 교수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가 대안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전투표제도보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전투표 날짜는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유권자층을 끌어오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비용적인 면을 감안하면 사전투표제를 시행하느니 선거 당일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투표시간을 늘릴 경우 확실히 진보정당에 유리한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여야의 당리당락에 따라 합의에 어려운 문제"라고도 했다.

◆투표율 상승 방안은?

엄 교수는 "사회학적 접근 방식으로 보면 계급 대립이 심할 때, 즉 화이트칼라 대 블루칼라, 지역 간 대립이 심할수록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본다"면서 "또 투표가 시민의 의무라고 어릴 때부터 교육이 잘된 국가가 투표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수백억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 사전투표제보다는 시민적 의무감을 높여주는 교육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미국은 정치학이나 시민윤리코스가 모든 고등학교 과정에 다 들어있다. 교양 필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가 선택 과목"이라며 "투표일을 노는 날로 생각하는데, 투표율이 높을 수가 없다. 투표에 대한 시민적 의무감이 높을수록 투표 참여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전자투표나 재택투표제를 도입하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엄 교수는 "전자투표 경우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조작 가능성 등 불신 때문에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재택투표는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는다. 집집마다 참관인을 배치할 수가 없지 않으냐.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