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참여마당] 수필: 자칫하면 잃어버릴 뻔했던 선산의 백일홍

입력 2016-04-06 18:30:09

# 자칫하면 잃어버릴 뻔했던 선산의 백일홍

어느 시인이 나무를 찬양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내용인즉 수유팔덕(水有八德)이라 했습니다. 즉 뿌리가 있고 줄기가 있고 가지와 잎, 꽃과 열매와 그늘도 있고 마지막으로 수목장의 장소도 내어준다고 했습니다. 나무 없는 자연을 누가 아름답다고 하겠습니까!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께서는 사람과 나무의 관계를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만들어 주셨지요.

남아가 태어나면 선산에 소나무를 심어 장성하고 혼인하면 사는 집을 짓는 연목으로 쓰게 했고, 죽으면 들어갈 널(관)판으로 쓰게 했으며, 여아가 태어나면 담장 언저리에 오동나무를 심어 봉황이 와서 쉬게 하였고 장성하여 혼인을 하게 되면 장롱을 만들어 보냈다고 해요.

조상님의 자손을 위한 배려의 마음 쓰심이 얼마나 슬기로웠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사합니다. 나무에 대해 가족과의 관계를 의미 있게 표현도 하셨지요.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 없다고 하고, 또 가지 많은 나무엔 열매도 많이 달리더라고 하셨지요. 얼마나 아이러니합니까?

예로부터 나무의 종류를 골라, 심는 장소에 따라 달리하셨지요. 선산 산소 주변에는 늘 푸른 소나무와 산소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100일간 꽃을 피우는 백일홍과 자손들이 성묘를 와서 따 먹게 밤나무, 감나무를 심는 슬기를 보여 주셨지요.

필자의 부모님 산소 위 기슭에 수명 90년쯤 되는 백일홍 한 그루가 매년 꽃을 곱게 피워주시데요.

수년 전 들려오는 풍문에 의하면 산소 주변에 전답을 가진 땅 주인이 이 백일홍은 자기 할아버지가 심은 것인데 소유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는 말이 들리기에 당장 대장 등본을 떼어 복사본을 첨부, 엄연히 1913년부터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근거를 보냈더니 이후로는 잠잠히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땅 주인이 그런 말을 한 데에는 까닭이 있음을 알게 되었지요. 조경사업가가 수령 높은 백일홍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50만, 60만원을 줄 테니 자기에게 팔라고 했대요. 견물생심이었겠지요.

지금도 혹 도난이나 안 당할까 마음이 찜찜합니다.

앞으로 물건을 사고팔 때는 관계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해야겠네요.

청명 한식 식목일이 다가옵니다. 조상님 산소에 성묘를 하고 허물어진 곳은 손을 대서 깨끗하게 조상님을 모심이 자손의 도리가 아닐까요.

김유필(대구 달서구 월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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