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26년 변화 렌즈에…안성용 포항예술문화연구소장

입력 2016-04-05 22:30:43

모두 흑백 사진 필름만 20상자…2월 서울서 '송도' 사진전 '호응'

26년 동안 포항 송도해수욕장만 카메라 렌즈에 담는 남자가 있다. 포항예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안성용(50) 사진가다. 그는 작품 활동만 하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다양한 촬영 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굳이 사진가로 불리기를 원한다.

고교 시절인 지난 1983년 사진 촬영에 발을 디딘 그는 대구 경일대 사진학과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사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990년 포항공대(현 포스텍)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대구에서 포항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겨왔다.

2001년 포스텍을 나온 그는 그때부터 유별나게 송도에 집착했다. 송도해수욕장이 그의 눈에 꽂힌 것은 산업화로 인해 백사장 등 송도의 자연환경이 변화하는 것이 포항의 변화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카메라를 메고 송도로 향했다. 특히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나쁜 날일수록 출사가 빈번했다. 사진은 변화무쌍한 날씨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그가 찍은 송도 관련 사진 필름만 해도 20상자에 달한다. 모두 흑백필름이다. 요즘처럼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 필름이 필요치 않아 비용도 훨씬 저렴하지만 고집스럽게 흑백 사진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송도를 26년 동안 렌즈에 담으면서 지켜본 가장 큰 변화는 백사장이 유실되고 그 백사장 자리 위로 4차로 도로가 개통된 것이다. 송도 개발이 최대한 늦춰지면서 옛 모습이 오랫동안 간직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송도-긴 발톱을 가진 여인'이라는 주제의 사진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사진전을 열면서 "나의 작업은 중장기적으로 첫째, 산업사회에 대한 반성과 회고이며, 둘째, 나의 내면성 문제, 셋째,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라는 서로 다른 주제에 초점을 맞춰 계획하고 있다"면서 "예술은 필연적으로 관념의 표현이지만 모든 관념적 표현이 자동적으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며 한 예술작품으로서의 표현적 특징과 한 관념의 구상성에 비춰 결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사진전을 통해 자연과 사람마저도 산업 사회의 필요에 의해 번성기를 이루다 지금은 쇠약해진 자연과 산업의 일부분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송도에 미친 이유가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작품은 부산의 한 문화재단이 공모한 사진전에서 국내 최고의 사진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종 2인에 선정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건과 가치만 맞으면 포항에서의 사진전도 계획하고 있으며 필요한 곳에 기증도 생각하고 있다는 그는 "포항시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도시'는 다름 아닌 문화와 경제가 합쳐진 것을 의미한다"면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창조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송도뿐만 아니라 포항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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