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진단과 치료

입력 2016-04-05 18:59:56

갑자기 생긴 검은 점, 헐고 피나면 일단 의심

아랫입술에 생긴 좁쌀만 한 덩어리. A(55) 씨는 그저 입술에 '뾰루지'가 났다 싶었다. 주변 사람들도 "입술에 사마귀가 난다"고들 했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덩어리는 약을 발라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크기가 커져 방울토마토 크기로 변했고, 피까지 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병원을 찾은 A씨는 피부암의 일종인 '편평세포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주변 조직에 전이됐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심각성을 깨달았다"면서 "사마귀로 여기고 일찍 병원에 가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푸념했다.

피부암은 피부에 생기는 다양한 악성 피부질환을 말한다. 검버섯이나 물혹, 사마귀 등 양성 종양과는 구분되며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 흑색종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이 주요 원인이지만 약물 복용, 화학물질, 바이러스 감염 등도 피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해마다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

피부암은 백인들에게 잦은 병이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1만1천79명이던 피부암 환자는 2014년 1만7천351명으로 5년 만에 50% 이상 급증했다. 2014년 현재 남성 환자는 70대(2천378명), 60대(1천958명), 50대(1천474명), 80세 이상(1천12명), 40대(702명)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환자가 많았다. 여성은 70대(2천932명)와 80세 이상(2천343명)이 많았고, 이어 60대(1천827명), 50대(1천453명), 40대(701명) 등의 순이었다.

대구경북도 예외는 아니다. 경북의 신규 환자는 395명(2014년 기준)으로 경기도(984명)와 서울(839명), 경남(401명) 등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았다. 대구는 225명이 신규 환자로 등록했다.

특히 피부암 중 가장 위험하다는 '악성 흑색종'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악성 흑색종 환자는 2009년 2천819명에서 2013년에는 3천761명으로 4년 만에 33.4%가 증가했다.

◆피부암의 종류

피부암은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 흑색종 등이 대표적이다. 기저세포암은 오랜 기간 자외선에 노출되는 게 주된 원인이다. 주로 얼굴에 발생하고, 표면이 매끈하고 반투명한 결절로 시작해 서서히 자라면서 병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궤양이 생긴다. 하얀 피부나 금발, 소아기의 주근깨, 피부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다.

편평세포암도 자외선 노출이 주된 원인이다. 흉터나 방사선, 탄화수소 등 화학물질도 원인으로 꼽힌다. 주로 얼굴 위쪽이나 손등, 팔등, 아랫입술, 귓바퀴 등에서 나타나며 만져보면 딱딱한 느낌이 든다. 특히 입술이나 손'발바닥의 경우 덩어리가 과도하게 커지고 피가 나거나 통증을 유발한다. 햇볕에 손상된 피부에 분홍색이나 적색 반점이 나타나면 피부암 전 단계인 광선각화증일 가능성이 있다.

흑색종은 유전적인 요인과 자외선 노출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하진 않다. 부모나 자식에게 흑색종이 있을 경우 발병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8배나 높다. 악성 흑색종의 20~50%는 기존에 있던 점에서 발생한다. 검은 점이 갑자기 생기거나 검은 점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이 변하는 경우, 통증을 느끼거나 피가 날 경우에는 의심해 봐야 한다.

◆전이 빠르고 항암치료 잘 되지 않아

피부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90% 이상 완치된다. 육안으로 쉽게 관찰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흑색종은 평범한 검은 점으로 보여 지나치기 쉽지만 전이가 빠르고 항암치료도 잘 되지 않아 반드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피부암은 피부 확대경을 통해 진단하며 조직검사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흉부 X-선 검사나 복부 초음파검사,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한 검사, CT 촬영, MRI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종양이 침범한 깊이나 전이 여부, 확산 정도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치료의 목적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주로 외과 수술을 통해 병변의 피부조직을 제거한다. 전이 확률이 낮은 작은 병변은 냉동치료나 전기소작술로 제거할 수 있지만 수술에 비해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병변이 넓어 수술이 어렵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된 경우에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저세포암은 대부분 수술로 완치될 수 있고, 내부 장기로 전이가 잘 되지 않는다. 편평세포암은 피부뿐만 아니라 점막에서도 발생하며 치료 후에도 재발이나 전이를 주의해야 한다.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고, 긴 옷이나 모자도 도움이 된다. 태양빛이 가장 강한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에는 되도록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박준수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몸에 이상한 점이 새로 생기거나 원래 있던 점의 색깔이 달라지고 커지는 경우, 피부 속으로 혹이 만져지고 이유 없이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나면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박준수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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