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 상담실에서] 진로는 엄마다

입력 2016-04-03 22:30:02

우연히 '교육 모순의 원인을 깨는 새로운 교육질서 창조'라는 입학사정관 제도의 취지에 온 마음이 합해져 입학사정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 우연이 결국 지금의 진로전담교사의 단초가 되었다. 진로전담교사로 전과한 후 겪은 제일 큰 어려움은 진로상담이었다. 그리하여 교육대학원 심리상담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원 수업에서 진로상담 교수님은 진로상담 5회 과정을 기록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나는 늘 얼굴이 밝고 인사성이 있으며 수업에 적극적인 학생을 선택한 후, 이 학생이라면 상담을 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간암 투병 중이고 어머니는 생후 한 달 만에 가출했기에 얼굴을 본 적이 없으며, 조부모와 산다고 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겠단다. 이 상황에서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였지만 주어진 매뉴얼대로 상담을 진행한 후 그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 요소는 동기부여로 판단했고, 그에게 제공할 만한 동기부여 기회를 찾았다. 마침 여성가족부의 '중국 해외체험단 모집' 공문을 보았고, 그를 추천했다. 그 학생은 해외체험단 참가자로 결정되었다. 그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뛰어갔는데 그날 그 학생은 부친상을 당해 결석을 했다. 며칠 후 돌아온 그를 위로한 후 해외체험단이 되었음을 알렸다. 그는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것 같아요." 중국에 다녀온 후 그는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했다. 그는 지금 졸업해서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품질관리를 하며 밤에는 야간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 학생을 만난 이후로 나는 교육대학원을 자퇴했다. 그 이유는 얼마 남지 않은 교직 생활 동안 학생들에게 더욱 전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 학생들의 진로활동 소감문 중에서 마음 깊이 와 닿은 2개의 글이 그동안 나의 수고에 큰 위로를 주었다. "진로시간이 제일 좋다. 잠도 다 깨고 이처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나의 내면에 있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찾아 너무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슬프기도 하다." 이 글을 적은 학생의 꿈은 작가다. 그는 겨울 방학 동안에 쓴 200장의 작품으로 문학공모전에 참가했다.

또 하나의 글은 "진로는 엄마다". 이 글은 '진로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인데 그 이유를 "실패를 딛고 성장하게 해 주니까"로 적혀 있었다. 특성화고에 입학한 것을 실패라고 생각한 학생이 이곳에서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올해는 어떤 학생들을 만날까? 그들에게 어떻게 소망을 심어주고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들어 줄까? 남은 6년 동안 그들에게 실패를 딛고 소망을 이루어 가도록 튼튼한 심력을 키워주는 디딤돌이 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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