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보러와요' 강예원 "배우로서 전환점…목숨 같은 영화죠"

입력 2016-03-31 07:46:02

"하나의 색깔로만 보이는 것이 싫었어요.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 전환점인 거죠. 제 목숨과도 같은 영화에요."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날, 보러와요'로 첫 스릴러 영화에 도전한 여배우 강예원(36)을 3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예원은 "그간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여배우는 성적 착취의 대상이나 피해자로 소모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번 영화는 제가 지금껏 해보지 않은 스릴러인데다가 맡은 배역은 극을 온전히 이끌고 나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미술을 전공한 평범한 여성인 강수아(강예원)는 어느 날 도심 한복판에서 납치돼 영문도 모른 채 사설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수아는 그곳에서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끔찍한 기억을 세세하게 기록해둔다.

그로부터 1년 뒤, 수아는 정신병원에 불이 난 틈을 타 탈출했다가 전도유망한 경찰서장이었던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치료 감호소에 수감된다. 그러나 수아는 사건 당일의 기억을 잃은 채 계속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추적 24시'의 간판 피디였다가 조작 방송 의혹으로 좌천된 나남수(이상윤)는 수아가 기록한 수첩을 전달받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보호자 두 명과 정신과 전문의 한 명의 동의만 있으면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정상인도 정신병자로 납치·감금될 수 있다는 정신보건법 제24조의 폐해를 지적하는 실화 모티브의 스릴러다. 이철하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작년 여름 촬영을 마친 이래 지난 29일 언론 시사회 때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는 강예원은 "당시 제 모습을 보는 것이 먹먹하고 힘들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강예원은 충무로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히 연기에 뛰어드는 여배우로 유명하다. '해운대'(2009), '퀵'(2011) 같은 코믹 액션 영화에서조차 헌신적인 연기로 영화 흥행에 일조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정신병원과 치료감호소에 감금돼 감정의 바닥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감정 연기와 무술 감독의 극찬을 받을 정도의 몸을 사리지 않은 투혼은 그녀의 '인생 영화'라고 할 만큼 인상 깊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위염에 걸리기도 했다.

"영화에서 감독님의 연출 의도가 있듯이, 배우도 연기 의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요. 스스로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고요. 영화에서 이전보다는 좀 더 주도적인 인물이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욕심인 거죠."

그가 밝힌 연기 철학은 배우로서의 자세와 고민, 성실함이 오롯이 묻어난다.

"제정신이 아닐 때 최고의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매 작품 그런 연기를 하고 싶고요. 배우는 관객에게 백 마디 말 대신 눈빛과 가슴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가슴으로 말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답을 찾기엔 먼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못 찾을 수도 있지만…"

성악과 출신의 배우 강예원은 미술에도 소질이 남다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이번 영화에 그가 그린 작품이 소품으로 다수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 성격은 보수적인데 예술적인 면에서는 엉뚱한 편이에요. 술을 잘 못 마셔서 우울할 때는 그림을 그려요. 가구와 조명도 만들고, 작업실도 따로 있어요. 전시도 열 예정이고요. 늘 연애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배우 활동과 취미 생활로 바빠서) 하나도 안 부러워요. (웃음)"

인터뷰 말미 그가 남긴 말은 한 단계 도약하고픈 배우로서의 절실함과 통통 튀는 그의 매력을 잘 나타낸다.

"이번 영화에 대해 정말 애착이 남달라요. 제게 시험대였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배우로서 신뢰를 얻고 한 단계 올라가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작품이 잘돼야 하잖아요. 이번 영화 잘 되게 도와주시면 안 되나요?"

청소년 관람 불가. 90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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