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00년 된 신라 저수지 훼손하고도 반성 않는 영천시

입력 2016-03-28 20:20:19

1천500년 된 신라시대 저수지인 영천시 도남동 청제(菁堤)가 정비공사 중에 크게 훼손됐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조'수리기록이 남아있는 저수지 일부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고 하니 정말 개탄스럽다. 청제(경북도 기념물 제152호)는 신라 법흥왕 23년(536년)에 축조했고 원성왕 14년(798년)에 수리해 현재까지 사용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번에 훼손된 부분은 수량을 유지하기 위한 배수시설인 물넘이길이다. 원래 이 물넘이길은 3단 폭포를 연상시키는 계단식 암벽으로 돼 있고, 그 아래에는 아름다운 작은 소(沼)가 있었다. 그림 같은 풍경에다 세월의 무게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길 수 있는 명소였다.

그런데 정비공사를 하면서 물넘이길 양쪽 암벽 부분이 깎여나가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물넘이길 아래쪽 암벽도 일부 훼손됐으며 바닥도 원형을 잃었다. 폭포 같은 계단식 물흐름이나 작은 소는 흔적조차 없다. 역사학자들은 물넘이길 암벽 부분은 물이 새지 않아 전혀 건드릴 필요가 없는데도 편의대로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는 영천시가 지난해 11월부터 26억원의 사업비로 재해 위험 저수지 정비사업을 하면서 물넘이길 암벽을 없애고, 콘크리트로 대체하는 공사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영천시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제방을 손대지 않는 조건으로 공사 허가를 받았다면서 물넘이길 훼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형대로 보존했더라면 관광코스로 만들 수 있는 문화유산을 부숴놓고도 별다른 죄책감이 없는 것이다. 영천시는 4년 전 완산동의 삼한시대 골벌국 고분군이 심하게 훼손됐는데도 이를 방치했다가 뒤늦게 발굴에 나선 전례가 있다. 영천시는 문화재 보존은커녕 오히려 훼손에 앞장서는 지자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문화재 관리감독을 맡은 경북도의 책임도 크다. 관계전문가 입회를 조건으로 공사를 허가했으면 제대로 감독했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문화유산은 한 번 파괴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에 영천시와 경북도는 책임 유무를 정확히 가리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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