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 동경의 사계극장에서 뮤지컬 '라이언 킹'을 관람한 적이 있다. 평일 저녁 공연이었는데도 가족 단위 관객들로 좌석은 거의 매진이었고 일본어 공연이라 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볼거리와 음악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미리 공연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알고 관람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법했다.
그런데 정작 놀라웠던 사실은 객석의 상당수가 어린 아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긴 공연시간 내내 떠들거나 움직이거나 하는 관객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방해 없이 관람했던 적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공연장들도 공연 시작 후에는 관객 입장을 제한하고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될 만한 이런저런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지만, 공연장의 노력만큼 관객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공연이 시작된 후 뒤늦게 도착해 기어이 자신이 예약한 좌석을 찾아가겠다는 관객, 입장 가능 연령 이하의 어린 아이를 데려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겠다는 관객, 음료나 간식 반입을 할 수 없는데도 가방 안에 몰래 숨겨 들여와 먹고 마시는 관객, 공연 중 휴대전화 벨소리를 울리고 심지어 통화까지 하는 관객, 화장실 간다며 들락거리는 관객, 끊임없이 기침을 해대는 관객 등등. 게다가 같은 제목의 다른 지역 공연을 예매해 놓고는 예약이 누락되었다며 따지는 관객, 예약한 날짜가 아닌 다른 날짜에 와서는 자신이 예약한 날짜는 오늘이라고 우기는 관객, 오후 5시 공연인데 오후 7시에 나타나서는 원래 자신이 예약할 때에는 분명 오후 7시로 알고 예약했는데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공연 시간을 변경한 것 아니냐고 큰소리치는 관객까지 만나면, 정말 말 그대로 어이 상실일 수밖에 없다.
좋은 공연은 좋은 무대와 좋은 관객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실랑이를 벌이다 입장하면 그 기분으로 공연을 즐기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고 그러다 보면 공연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해서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고 공연에 대한 정보도 좀 숙지해서 관람을 한다면 한결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공연계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관크'라는 말이 있다. 관크는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이다. 혹시 내가 관크는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입장권을 구매해 얻은 자신의 권리에는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즐기는 타인의 감상을 망칠 권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아, 그리고 조용한 감상을 방해하는 주최 측의 불편한 카메라 셔터 소리도 이제 제발 좀 그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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