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무소속 출마… 결국엔 '외로운 선택'

입력 2016-03-23 23:04:25

원내대표 사임, 공천파동…정치 인생 '두 차례 고비'

공천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가운데 23일 오후 유승민 의원이 대구 동구 사무실에서 탈당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운철 기자
공천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가운데 23일 오후 유승민 의원이 대구 동구 사무실에서 탈당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운철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정치 인생에서 두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종용받았다.

한 번은 지난해 '국회법 파동'으로 촉발된 원내대표 사임 건이고 또 한 번은 올해 당 정체성 논란과 결부된 '공천 파동' 건이다.

두 건 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에 이끌려 유 의원을 쫓아내려 했고, 그는 두 번 모두 외로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일부 지도부와 친박계는 정치적 '숙청'에 소매를 걷어붙였고, 그들의 서슬 퍼런 압력에 유 의원과 친한 동료 의원들은 숨을 죽여야만 했다. 당내에서는 청와대와 친박들의 기세와 옥죄기에 당 지도부조차 이의를 제기하거나 '부당하다'고 외치는 소리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그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직격탄을 날린 지 13일 만에 의원총회의 권고에 따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물러나며 "새누리당이 희망을 주지 못했고,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혼란이 실망을 준 데 대해 책임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4'13 총선 공천 국면에서 또 한 번 청와대와 친박계가 '당의 정체성 위배 인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유승민 솎아내기'라는 상황이 당내에 형성됐다.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천 신청을 받고, 면접까지 했으나 유일하게 그에 대한 공천 심사 결과를 미루며 '불출마'와 '탈당' 두 가지 선택의 한계치까지 몰아세웠다. 이번엔 원내대표직이 아닌, 당의 잔류 여부를 둔 선택으로 내몰렸고, 결국 탈당과 무소속이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유 의원과 측근들의 지금까지 언행을 보면 '당을 떠나고 싶지 않은 심정'이 절절했다. 이 때문에 가능성은 낮았지만 당이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공관위의 월권 행위, 동료애조차 식혀버린 비열한 정치 상황서 그는 이번만큼은 '축출'이 아닌 스스로 길을 선택했다. 비록 당으로부터 강요되고, 내몰린 용단이지만 이제 유 의원은 자신이 의지하고 싶었던 '국민권력'에로 몸을 던졌다.

유 의원은 3선 의원에 오르기까지 힘을 보태준 대구 동을 주민들의 심판에 맡기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새누리당 '둥지'서 나와 오로지 자신의 신념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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