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한다. 고대 아테네에서와 같이 국민이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달리, 현대 국가에서는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에게 주권을 위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얼마나 올바른 대표를 선출하는가'가 사회 발전의 관건이다.
올바른 대표자를 선출하는 첫 단계는 국민이 가능한 한 많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선출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뜻을 모을 때 최적의 대표를 선출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리고 좋은 대표를 선출하려면 국민이 공평무사하게 판단해야 한다. 오로지 공동체 발전만을 생각해야지, 편견 등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잘못된 판단에 의해 대표가 선출되면 사회의 발전은 대표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체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표자 선출에 국민의 높은 참여와 정확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선거에서는 국민의 이러한 모습은 발견하기 어렵다. 먼저 선거에 대한 참여율이 매우 낮다.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16대에서 57.2%, 17대 60.6%, 18대 46.1%, 지난 19대에서 54.2%를 기록했다. 역대 선거에서 두 명 중 한 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다음 달에 치러질 20대 총선에서도 이와 같은 낮은 투표율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저조한 참여는 선출된 대표의 정통성에만 문제를 낳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 형성도 어렵게 한다. 현재 한국에는 어느 때보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꽉 막혀 있는 남북 관계의 돌파구 마련, 구조적 저성장 경제 해결,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정책 방향 설정 등 어느 하나 우리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것이 없다. 국민이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투표에 참여할 때 적절한 대안이 도출될 수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의 투표 참여율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19대 총선에서 이들 세대는 3명 가운데 1명 정도만 투표장에 갔다. 이러한 참여율로는 선출된 대표에게 청년 권익을 실현케 할 수 있는 유인은 현저히 떨어진다. 청년실업 해소, 유아보육시설 증설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놓여 있다.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이런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무능한 여당을 심판하고 야당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생전 처음 투표권 행사 집단인 '서우투(首投)족'의 활약은 우리 청년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표 선출의 문제점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유권자의 후보자 결정이 심사숙고의 결과가 아닌 것이 많았다는 점이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정책을 자세히 관찰하기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의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영'호남에서 볼 수 있는 지역주의적 투표 행태를 들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많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각종 선거 결과도 여전히 '묻지 마'식 투표가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주의적 투표를 통해 대표가 된 사람들 가운데는 목소리만 크고 실력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19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고 한다. 이러한 국회를 만든 이는 따지고 보면 우리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이 공고화 단계는 지났지만 성숙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 원인은 올바른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림으로써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중요한 초석을 놓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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