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수술만이 최선인가

입력 2016-03-22 18:11:48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복통으로 충수절제수술을 받았다. 충수돌기가 터져 복막염에 이르러서야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상당기간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3주 후 충수염으로 인한 아랫배 통증은 사라졌지만, 윗배에 통증이 심해 복부 CT를 촬영했다. 영상을 보니 담낭에 한 무더기의 조영증강 결석이 발견됐다. 담석증으로 인한 통증은 수술을 해야만 치료될 수 있다.

대학생은 충수돌기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했지만, 담석증은 대학병원에서 수술 받겠다며 진료실을 찾아왔다. CT를 살펴보니 담낭결석과 달리 조영제가 가라앉아 있는 듯했다. 세파록스포린 계열의 항생제를 오래 사용한 경우에는 유리결정이 가라앉아 결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진찰해 보니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 항생제를 사용했던 점을 감안해 아프지 않으면 좀 기다려보자고 했다. 항생제로 인한 가짜 결석은 3, 4주 지나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4주 후에 MRI를 촬영해 보니 결석처럼 보였던 조영증강 음영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10여 년 전 눈이 많이 오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이벤트 대행회사에 근무하는 젊은 청년이 화물차를 몰고 가다가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복부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간 파열 진단을 받았고, 개복 수술을 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마침 그 병원에는 간을 수술할 의사가 출장 중이었고, 필자에게 전원돼 왔다.

간 파열로 담관이 다치지 않았다면 출혈만 막으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될 수 있다. 진단방사선과 중재 시술 의사에게 연락해 간 동맥촬영을 하고 간단한 시술로 출혈 부위를 막았다. 이후 환자는 수혈을 5팩이나 받았지만 증세가 호전됐고, 1주일 후에는 식사도 가능하게 됐다.

2주 후에 CT를 촬영해보니 간이 많이 아문 상태였다. 환자는 한 달 후에 퇴원했다. 개복 수술로 간의 절반이 잘려나가고 커다란 흉터를 갖고 평생 살아야 할 처지가 될 뻔했지만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건강을 되찾았다.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환자의 어머니는 치료방법과 시술에 대해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운 좋은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환자들은 수술을 잘한다는 외과의사를 찾아 유명 병원으로 간다. 그러나 수술할 병만을 잘 수술하고, 수술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잘 골라내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고급의술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해야 할 병을 그냥 두고 보다가 화를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외과의사는 수술을 의뢰한 환자 앞에서 항상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이전에 비슷한 실수와 경험을 통해 두 환자에게 행운을 안길 수 있었다. 그래서 경험 많은 의사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탄식을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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