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이 다가옵니다.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은 설과 한가위이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부활절이 최고의 축제일이요 신앙생활의 중심입니다. 부활절은 양력과 음력의 조합으로 정해지기에 3월에 지내기도 하고 4월에 지내기도 합니다. 춘분 바로 뒤에 오는 만월이 지나고 첫 주일(일요일)이 부활절이 되니까, 빠르면 3월 말이 되기도 하고 늦으면 4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3월 20일이 춘분이고 3월 23일이 음력 15일이니 3월 27일이 부활절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부활절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부활절은 예수님께서 인간을 위해 고통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교회에서는 부활절을 잘 맞이하기 위하여 예수님의 수난에 참여하는 사순절(四旬節)을 지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나의 부활이 되기 위한 참여 행위인 것이지요. 사순절에 신자들에게 권유되는 덕목은 자선과 기도 그리고 단식으로 표현되는 절제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벗어나(단식)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각하고(기도)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리라는(자선) 의미이겠지요.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가톨릭교회에서는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합니다. 주례사제는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다음의 성경 구절을 일러 줍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라틴어를 보면 이 문장이 품고 있는 의미가 더 확실해질 것 같습니다. 흙은 라틴어로 후무스(humus)입니다. 이 단어에서 사람(homo)이라는 단어가 파생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뜻입니다. 흙에서 나온 존재가 하느님의 숨결을 받아 생명체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입니다. 자기 자신이 흙에서 나온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겸손(humilitas)이라는 단어도 흙(humus)이라는 같은 어원을 가졌다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사순절은 나의 삶을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를 성찰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심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법이, 지금 나의 삶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바로잡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방향 전환을 뜻하는 회개(metanoia)의 시간입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사순절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시간일 것입니다.
부활절이 다가오면 교회는 분주해집니다. 부활절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하겠지만 전례 자체가 다양해집니다. 목요일 저녁 만찬미사에서는 세족례를 행하게 됩니다. 세족례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신 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사건을 재현하는 행위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이 더러워서 씻겨주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당시 발을 씻겨주는 일은 종이 주인에게 하는 행위였습니다. 이 발 씻김은 예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상징적인 표현임과 동시에 제자들도 그렇게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나아가서 교회의 직분을 맡은 이들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행위입니다. 세족례의 결말로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사랑을 강조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복음 13, 34) 교회 안이든 교회 바깥이든 책임과 봉사의 직분을 맡은 이들은 많습니다. 이들이 세족례의 정신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는 목요일 만찬미사 때에는 신자들의 발을 더 정성스럽게 씻겨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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