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시그널이 오고 있다

입력 2016-03-18 20:26:57

전북 익산 출생.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미디어교육 전공). 2007년 MBN 입사
전북 익산 출생.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미디어교육 전공). 2007년 MBN 입사

#1. 퇴근길, 발신지가 찍히지 않은 전화 한 통이 울렸다. "이정미! 네가 한가하게 여유나 즐길 때야? 거기 2016년이지? 15년 후 네 모습이 어떤지 알아? 설마 아나운서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거야? 정신 차리고 냉정하게 미래를 봐.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2030년의 너는 실직 상태로 전전하고 있을 뿐이야." "그럼 지금의 나는 뭘 해야 하는데?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서른다섯이란 나이는 늦었어." "포기하지 마. 과거는 바꿀 수 있어. 그럼 미래의 너도 바뀔 거야."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드라마 '시그널'의 소재를 각색한 것이다. 드라마는 실제 미제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 '밀양 성폭행' 사건 등을 다루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제 사건'은 과거 누군가가 포기했기 때문에 영원히 풀리지 않았다는 것. 극 중 주인공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어떤 사건이든 해결할 수 있고 과거가 변하면 미래도 변할 수 있다"고 수없이 외친다. 드라마의 강렬한 여운이 가시지 않아 드라마에 빗대어 현재의 나와 2030년의 나의 대화를 상상해 봤다.

#2. "그럼 2030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때? 경제가 발전하고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실직해도 잘 먹고 잘살고 있지 않아?"

"미련한 소리! 한국은 10년 전부터 초저출산, 초고령화 국가로 들어서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지 오래야. 당시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고했지만 아무도 준비를 하지 않았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노인들뿐이라서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어."

"미래가 그렇게 암울한 것뿐이야? 지금보다 발전적이고 희망적인 것도 있지 않아?" "물론 발전한 것도 있지. 2016년에 알파고가 이슈가 됐었지? 그 이후 로봇과 인공지능은 급속도로 발전했어. 무인자동차 개발로 버스나 대리 운전사 등이 사라졌고 기자나 의사, 변호사 등 계산적이고 정형적인 업무는 인공지능으로 다 대체됐지. 힘들고 복잡한 노동은 로봇이 대신하고 있어 편하지만 반면 인간의 영역이 줄어들어 실직자들이 판을 치고 있어. 곧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강인공지능도 등장한다는데 두려울 정도야."

15년 후 나와의 대화에서 비쳐지는 우리의 모습이 과장된 것일까? 옥스퍼드대학 데이빗 콜먼 교수는 한국이 '인구소멸국가 제1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 20억 개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알파고의 선전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우려에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의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인간만의 능력 아니던가.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해도 인간 고유의 영역인 정치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3. "참, 미래에 희망적인 것이 있냐고 물었지? 과거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계파 간 야합'이나 '정치 보복', '학살', '지분 나누기' 등이 반복됐던 것이 기억나. 겉으로는 정치 개혁을 외쳤지만 구태 정치만 난무하면서 후진적인 정치 문화를 보였었지. 그런 퇴행적 정치에 혐오감을 느낀 국민과 일부 혁신적인 정치가들이 이후 반란을 일으켰어. 미국의 시사잡지 포린폴리시나 프랑스 르몽드지가 예측한 대로 조직적인 정당정치가 막을 내렸지. 유권자들도 학연과 혈연에 얽매여 투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의 대표를 뽑기 시작했어. 지금 현대사 교과서엔 정치혁명의 바람이 2016년부터 불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어. 바로 네가 있는 지금! 2030년의 정치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기대되지 않아? 지금의 정치권이 싫증 난다고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마!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뀔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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