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찾은 대구 건설, 20년 만에 3조원 시대

입력 2016-03-17 20:21:38

화성·서한·태왕 등 최고 실적…작년 역외 수주 1조6천억 넘어

지역 건설업계가 '건설명가 대구'의 명성 회복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버금가는 수주 성적표를 내놨고, 화성'서한'태왕을 필두로 역외 사업 성적도 우수하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에 따르면 지역 건설사들의 2015년도 건설공사 계약액과 기성액(건설업체가 당해 연도에 시공한 공사액)이 모두 3조원을 돌파해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고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계약액은 3조5천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천192억원(58%) 이상 늘었다. 민간 건축공사에서 1조2천억원이나 늘었고, 역외 수주(1조6천억원)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대구 건설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건설 3인방(우방'청구'보성)이 활약하던 시절 계약액 기준 3조7천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전국 건설사 도급순위 100위권 안에 청구'우방'화성'보성'동서'영남 등 7개사가 있었고, 한라주택'대백건설'창신'평광 등도 200위권 안에 들었다.

그러나 이후 중견업체들의 잇따른 도산으로 건설업계는 추락을 거듭했다. 2000년엔 계약액이 8천900억원까지 떨어졌고, 2010년까지 2조원을 넘긴 적은 4차례뿐이었다.

그러나 2011년 말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위기 속에 몸을 웅크린 채 도약의 기회만을 노리던 화성'서한'태왕이 아파트 분양 호황에 힘입어 본격적인 공격 경영에 나선 것이다.

화성산업은 올해 첫 아파트 사업을 거제도 지세포(767가구)에서 벌였으며, 인천 영종하늘도시(658가구)와 파주 운정신도시(1천49가구) 등지에 '화성파크드림'을 내놨다.

서한은 올 상반기 '울산의 수성학군'으로 불리는 중구 복산동 일대에 3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선보이고, 하반기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명지지구에 1천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세종 신도시에는 한 채당 9억~10억원에 이르는 테라스하우스(70~80가구)를 분양한다. 태왕도 올해 강원도 원주 문막지구에 4월쯤 태왕아너스 842가구로 역외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토목건축으로 맷집을 키운 서림'홍성 등도 아파트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법정관리 후 청산 절차를 밟았던 한라주택의 브랜드 한라 하우젠트는 지역 중견시행사인 리코가 인수, 최근 분양 중인 봉덕동 한라하우젠트 아파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조종수 대구건설협회 회장은 "건설 명가 대구의 DNA가 부동산 열기의 순풍 속에 깨어나기 시작했다"며 "위기를 거치며 대구 건설업체들은 스스로 생존법을 깨쳤고, 최근엔 능력 있는 후배 건설인들까지 건실한 경영으로 건설명가 대구의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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