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줌-인! 대구의 숨은 명소를 찾아] 전통 맥을 잇다 '박물관 수(繡)'

입력 2016-03-16 18:01:10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다스리나 그 공이 사람의 쓰기에 있나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리오."

조선시대 작자'연대 미상 소설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칠우는 바늘'자'가위'인두'다리미'실'골무를 가리킨다. 지금은 가까이하는 이조차 드물지만 그 옛날 여인들에게 칠우는 수양의 도구였으며, 이를 통해 만든 전통 수공예품 속에는 조상의 지혜와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수와 민화 속에 담긴 전통 유물의 맥을 잇고 나누고자 문을 연 '박물관 수(繡)'는 올해로 개관 6년째를 맞는 개인 등록 박물관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시민공원과 마주한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전통 자수 작품을 관람하고, 전통문화 관련 교육 과정도 이수할 수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전시 작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배갯모 자수다. 오색실로 갖가지 모양으로 곱게 수놓은 작품 속 꽃과 새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모란꽃은 부귀, 딸기는 다남(多男), 도라지꽃은 출세, 학은 무병장수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양화, 문화재학, 미술교육학을 전공한 이경숙 관장은 "미술학도로서 한국 색채의 원형이 무얼까 고민하다 만나게 된 게 배갯모였다"며 "그 속에서 색의 표준을 찾고 작은 공간에 담긴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아름다운 조형성에 매료되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로서 박물관을 개관했다"고 말했다.

박물관 수에서는 '전통, 예절, 자연'이라는 가치를 복원하고 전승하는 데 목표를 두고 전통문화 가치 확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 일환으로 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실패각시 채색, 연놀이, 민화 채색, 목각 채색을 비롯해 복주머니, 버선, 사과 오자미, 자수 브로치, 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 연 2회, 3개월 과정으로 전통문화 지도사를 양성해 어린이의 창의적 체험 활동과 연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또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교사들을 대상으로 민화 실기과정과 민화 자수반을 개설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행복한 꽃수전-그리운 어머니의 손길'을 주제로 특별기획전, 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문패전을 기획하고 있다.

전통문화 지도사 과정을 이수한 이향숙(62'대구 수성구 만촌동) 연구원은 "전통 자수의 세계에 빠지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됐고, 창조적 즐거움을 통해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여성의 힘이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며 "후세에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문화 봉사자,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물관 수에서는 '색동나무새'라는 브랜드로 직접 생산한 수공예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숍을 운영한다. 단체 기념품이나 기타 공예품의 주문도 가능하다. 박물관 관람은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고 단체 관람은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문의 전화 053)744-5500, 홈페이지 http://www.museumso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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