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백혈병 재발한 정현아 양

입력 2016-03-15 22:30:02

투병생활 시간이 멈춘 듯, 꿈에서만 선한 딸의 미소

1년째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입원 중인 정현아(가명
1년째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입원 중인 정현아(가명'9) 양. 현아는 얼마 전 백혈병이 재발해 다시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년째 백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정현아(가명'9) 양. 나이로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녀야 할 시기지만 현아는 학교에 다닌 기억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백혈병 투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현아는 퇴원한 지 석 달 만에 백혈병이 재발해 다시 입원했다. 온 가족이 잠시나마 가졌던 희망이 깨졌다. 최근 현아의 엄마는 몰래 눈물을 훔치는 날이 많아졌다. 병이 재발하고 나서 현아가 또다시 오랫동안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할까 봐서다. "아이가 아프고 난 뒤부터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아직도 꿈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웃는 현아의 모습을 보고 있어요."

◆백혈병 재발로 무너진 행복

현아는 지난해 초 갑자기 급성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행복했던 네 가족이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몰리는 순간이었다. 현아의 치료를 위해 포항에 살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현아 아빠는 포항에서 머물며 돈을 벌었고, 엄마는 두 자녀를 데리고 대구의 친척집을 오가며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병원에서 그토록 그리던 소식을 들었다. 골수 내에서 암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관해'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 무렵 교회, 이웃 등의 도움으로 치료비도 대부분 마련했다.

"이제 통원 치료만 잘 받으면 된다는 말을 듣고 꿈만 같았어요. 주위의 도움으로 치료비 걱정도 덜었고, 비교적 짧은 투병 기간을 거쳤다는 생각에 우리는 행운이 따르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잠시였다. 통원 치료를 하며 받은 정기 검사 중 혈액에서 또 암세포가 발견됐다. 관해 판정을 받은 지 3개월 만이었다. 현아와 엄마는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빈혈이 심해져 수시로 코피를 흘렸고, 툭하면 상처가 나고 피가 났다. 혈소판 수치도 떨어져 한번 흘리기 시작한 피는 멈추지 않았다. 온 가족이 모여 살 것이란 희망도 함께 무너졌다.

"재발 후 치료가 더 어려워졌어요. 병원에서는 기존에 받던 항암 치료가 더는 효과가 없겠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결국 현아를 살릴 길은 골수 이식자를 찾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무섭게 불어나는 병원비

다행히 백혈병이 재발한 지 얼마 안 가 현아에게 맞는 골수기증자가 나타났다. 가족, 친척 모두 적합 판정이 나지 않아 걱정하던 중 기적적인 소식이었다.

곧 골수이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면역 증강을 위한 약물,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무균실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최근 엄마는 수술비 걱정에 현아 몰래 뜬 눈으로 밤을 지내는 날이 많다. 입원 후 다시 불어나는 병원비와 이식 수술 비용으로 드는 돈을 감당할 길이 도저히 없는 상황이다.

화물 운수업을 하는 남편은 신혼 초부터 모은 돈에다 지난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화물 트럭을 새로 장만했다.

그 무렵 현아가 아프기 시작해, 지금 현아 부모님은 불어나는 대출금, 병원비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현아 엄마는 병원비를 보고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이식 준비를 위한 각종 검사, 약물, 식이요법 등을 더해 70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이식 수술비, 골수 기증자의 건강검진비, 입원비 등을 더하면 앞으로 수천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골수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최소 5년간 면역 증강 치료, 정기 검진을 받아야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너무 힘든 현실에 가끔은 우리 아이가 진짜 백혈병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번 이식 수술이 잘돼 온 가족이 다시 모여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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