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소밀의 악몽, 뿌리 뽑아야…

입력 2016-03-15 19:21:14

공동체가 박살났다. 조용한 시골마을 마을회관에 '메소밀'이라는 괴물이 나타나 마을 전체를 공포와 불신으로 몰아넣고 있다.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악몽이 현재 진행형인데 또다시 '청송 농약 소주 사건'이 터진 것. 누가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아직 알 순 없다. 하지만 마을회관이라는 작고도 소중한 공동체 공간에서 마을 주민 모두가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상'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가히 메가톤급이다.

이번 사건의 주범 메소밀은 진딧물과 담배나방 방제에 주로 사용되는 무색무취의 고독성 농약이다. 숱한 독극물 사건의 주범으로 2012년 이후 제조'판매가 중단됐다.

우리 지역에서만 전과 3범. 2004년 대구 일대 공원 벤치에 놓인 야구르트를 마신 10여 명이 구토 증세를 보이다 일부가 숨졌다. 메소밀이 들어 있었다. 2015년 경북 상주 시골마을에서 사이다를 먹은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졌다. 이 또한 메소밀이 주범이다. 그리고 2016년 청송 농약 소주 사건.

아무런 색깔도 냄새도 없으면서 은밀하게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메소밀. 그놈은 우리들의 자화상이자 공동체 붕괴를 경고하는 옐로 카드가 아닐까?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공동체를 향해 뱉어내는 분노의 독극물이 바로 메소밀이 아닐까? 두려움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은 행복하지 못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할 이웃이나 친구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없다"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여가를 친구와 같이 보낸다'는 사람이 10명 중 채 1명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하지 못한 일상은 일탈과 범죄로 이어진다. 범죄가 일어나는 보편적 이유는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는 사회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삐뚤어진 충동에서다. 단적으로 사회적 고립감과 경제적 빈곤으로 노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전체 범죄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4년 3.3%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7%로 늘었다. 노인에 의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는 것만큼 노인들이 주로 생활하는 마을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행복한 노인공동체를 회복하면서 메소밀의 악령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굿 모닝'에서 먼저 답을 찾고 싶다. 마음을 나누는 인사, 눈을 마주치는 소통에서 출발하였으면 한다.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은 화투놀이에서 상처받은 마음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 한 원인이었다고 전해진다. 서로 눈을 맞추는 진정한 소통과 진실한 인사는 작지만 소중한 첫걸음이다.

다음으로 건강한 공동체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복지관에서 책과 문화가 있는 어르신 거리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과 지역사회가 대화하면서 또 하나의 공동체문화를 만들고 있다. 민관이 협력하여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한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메소밀의 악몽을 되풀이한 것처럼 공동체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 그래서 노인을 가까운 나의 미래라고 한다. 노인을 위한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청송 주민들의 절망과 슬픔을 함께하면서 회복을 응원하는 따뜻한 시선이 지금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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