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카 창업주가 세운 주르하이스쿨
이스라엘 북부 테판에 있는 주르하이스쿨을 찾았다.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기술학교이다. 학교가 세워진 것은 2006년, 설립자는 이스라엘 최대 금속절삭공구업체인 이스카 창업주 스테프 베르트하이머이다. 베르트하이머는 자신의 사재를 들여 테판에 있는 이 학교를 비롯해 하이파, 아쉬켈론에 3개 기술학교를 세웠다.
◆실사구시 정신
주르하이스쿨 매니저인 아낫 다간(여) 씨는 베르트하이머가 이 기술학교를 세운 연유부터 설명했다. "수십 년 동안 산업현장을 누빈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하는 교육은 이론적인 것에 치중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교육이 사라졌다고 느낀 것입니다.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에서 학교 문을 열게 됐습니다." 그녀의 말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란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입시 위주 교육에 몰입하는 우리 교육 현실도 되돌아보게 됐다.
실용적인 기술교육을 표방한 학교답게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금속 분야 기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금속절삭공구업체인 이스카와 그 창업주인 베르트하이머와 관련된 학교인 만큼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베르트하이머 회장이 이 학교를 만든 조금 더 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다음은 다간 씨의 얘기. 베르트하이머는 이스라엘군에서 기술을 익힌 병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70년대만 해도 군에서 병사들에게 기술을 가르쳤지만 요즘엔 군에서 기술을 가르치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게 됐다. 다간 씨는 다른 기술학교 경우는 이론적인 데에 중점을 뒀고, 사회 분위기 역시 기술학교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을 모집하는 데에서도 이 학교만의 특징이 있다.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취업을 못한 학생도 학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남녀 모두 군에 다녀와야 사회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는 이스라엘에선 군에 다녀오지 못하면 여러 면에서 불리하다. 다간 씨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군에 가기 전 8개월 동안 기술을 익혀 군에서 필요한 요원으로 탈바꿈한다"며 "여러 이유로 군에 못 가는 학생들을 군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셈"이라고 했다.
◆꿈을 주는 학교
주르하이스쿨 학생은 200명 정도다. 학생 중에는 러시아 이민자가 30여 명 있다. 군에 있는 학생은 35명, 현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50명을 넘는다. 학생의 연령대는 20세 전후부터 30대 중반까지이며 여성도 있다. 군에 가기 전 8개월 동안 학교에 다니고 군에서 2년 4개월을 복무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8개월을 다닌 후 졸업을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군과 기술학교가 절묘하게 결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금속 분야 기술. 이스카에서 은퇴한 직원들이 교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학교 설립 초기엔 교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교사를 양성하고 독일에 연수를 보내며 우수한 교사를 확보했다. 주르하이스쿨은 이스카의 사내교육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신입사원 교육이나 사원 재교육 등을 하고 있는 것. 산학 협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학교 부근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드는 비용은 베르트하이머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의류와 신발까지도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기업인의 사회 환원이란 측면에서 베르트하이머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게 다간 씨의 귀띔이다.
러시아에서 온 이민자를 배려하는 것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히브리어나 영어를 가르치고 기술을 익히도록 해 졸업을 하면 이스카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학생 엘 아드(21) 씨는 3개월 후에 졸업을 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전문가이고, 실습하는 기계나 장비도 매우 우수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가 여자 친구와 독립을 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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