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TK, 무상한 공깃돌?

입력 2016-03-10 20:50:12

불가(佛家)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은 유가(儒家)의 민심무상(民心無常)과 어울린다. 유불 두 철학이 지향하는 바는 서로 다르지만 두 글귀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뜻은 같다. 무상한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뜻이고, 무상한 민심을 조심하라는 경계의 의미다. 도교와 함께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외래 유입의 종교와 학문이 된 불교와 유학의 가르침이지만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민심무상의 가르침은 유학을 국정 철학으로 삼은 조선에서 많이 강조됐다. 1인 군주와 왕을 둘러싼 관리가 민본(民本)에 그르치는 정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함에서다. 민심무상에 대한 경계는 영남의 대학자인 남명 조식(1501~1572)의 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외면받았고 결국 조선은 임진왜란(1592~1598) 때 성난 백성에 의해 궁궐이 불타는 등 화를 자초했다.

조식은 민암부(民巖賦)란 시로 나라와 백성을 배와 물에 빗대 무상한 민심과 민심 이반을 경계했다. '배는 물 때문에 가기도 하지만/물 때문에 뒤집히기도 한다네/백성이 물과 같다는 소리/옛날부터 있어 왔다네/백성들이 임금을 떠받들기도 하지만/백성들이 나라를 뒤집기도 한다네.' 그에게 비친 조선은 '백년 동안이나 벌레가 속을 파먹어 진이 빠지고 말라죽어 폭풍우에 언제 쓰러질지도 모르는 나무'와 다름없었다. 왜란 때 무상한 민심은 이반했고 떠난 민심은 왜구 앞잡이가 되기도 했다.

민심무상은 나라가 달라도, 시대가 바뀌어도 늘 있던 현상이자 역사 발전의 디딤돌이었다. 조선 멸망도 무상한 민심을 잘 깨닫지 못한 탓이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허문 2'28학생운동과 4'19혁명 이래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군 출신 정부를 거치면서 이룬 민주화도 무상한 민심에 힘입었다. 무상한 민심을 깨치지 못하고 거스른 결과는 패망과 파멸, 그리고 거꾸로 역사 쓰기였다.

지금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이런 일이 빚어지고 있다. 칼자루를 쥔 몇몇이 국민을 무시하는 꼴불견 작태를 벌이고 있어서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안하무인으로 내뱉은 막말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의 발언과 행동을 살펴보면 국민은 안중에 없다. 특히 대구경북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대구경북 유권자를 주머니 속 공깃돌로 보기 때문이 틀림없다. 대구경북 유권자는 변함없는 자신들의 투표 거수기쯤으로 보는 오만함이 아닐 수 없다. 대구경북 민심이 과연 무상한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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