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깨운 젊은층 '바둑 DNA'

입력 2016-03-10 19:34:12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 이목 쏠려…"바둑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문화교실 수강 쇄도

"바둑이 이렇게 재미있었어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면서 바둑을 전혀 모르던 젊은 층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0, 90년대 바둑은 젊은 층 사이에서도 대중적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고, 대학마다 바둑 동아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PC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놀거리가 생겨나고, 대학생활이 취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바둑은 점차 잊혀갔다. 23회 동안 이어져 온 대학바둑선수권 격인 대학패왕전이 2004년 일시 폐지되는 등 바둑 열기는 식어갔다.

하지만 최근 바둑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신의 한 수', 드라마 '미생' '응답하라 1988' 등이 인기몰이를 한 데 이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젊은 층의 시선을 바둑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특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도 중계를 시청하고 바둑 용어와 바둑 보는 법 등에 관심을 보이는 등 바둑 부활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도 바둑 바람이 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아리 모집 철을 맞아 30년 전통의 계명대 바둑동아리 '비사기우회'는 예년과 다른 바둑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동아리원을 모집하려고 여기저기 다니며 호객행위(?)를 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별다른 홍보가 없어도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형 비사기우회 회장은 "현재 40여 명의 회원이 있는데 지난해부터 바둑 소재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회원 모집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특히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 덕분에 주변에서 바둑에 대해 먼저 물어보거나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자녀를 바둑교실에 보내려는 부모도 많다. 바둑교실에는 수강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형마트 문화센터 바둑교실은 이미 정원이 꽉 찼다. 달서구 한 바둑교실 관계자는 "바둑은 아이들 두뇌 발달은 물론, 인내심과 예의범절 등 다양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다. 요 며칠 사이에는 성인들도 배울 수 있는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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