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창] 돌아보라 포항을

입력 2016-03-08 22:30:02

40여 년 전 포항제철은 피츠버그와 오하이오주의 영스타운 등 미국의 제철 도시들에 타격을 입혔다. 이제는 포항제철의 후신인 포스코가 중국 제철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시달리며 위기를 겪고 있다. 포스코 의존도가 높은 포항 경제도 덩달아 휘청거리고 있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의 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철강산업 일변도의 포항 경제가 전 세계적인 철강산업 침체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성장과 쇠퇴의 기로에 서게 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과 관련 업체들은 지금의 위기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철강 과잉생산의 진원지인 중국의 제철산업 역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올 상반기 이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나 상당 기간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철강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되겠지만, 이후에는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게 된다. 중국의 대형 철강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상태에서 정밀판금 등 고급 제품의 생산을 늘리게 될 것이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 기업들은 중국 등 후발국 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선진 철강사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철강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포스코는 제강'제선을 중심으로 냉간'열간 판재에 집중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매각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용 강판에 특화하고 동국제강은 후판공정 폐쇄 등 하(下)공정을 구조조정해 고부가가치 품목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포항시와 경제계 등이 함께 난국을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위대한 포항의 DNA가 다시 한 번 발휘되어야 할 때다. 철강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에너지, IT, 기계, 선박, 자동차 부품 업체 등을 유치하는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의 성공적인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의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포항뿐만 아니라 구미, 울산, 거제, 창원 등 지방 경제 거점도시들이 동시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구미를 제외하고 대부분 1970년대 정부의 중공업 육성 정책에 의해 국가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해온 도시들이다. 정부가 IT 산업 위주의 창조 경제 정책에 나서고 최근 수도권 지역 위주의 서비스 신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방의 경제 거점도시와 지방 경제는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 경제의 활로와 국가 경제의 건강한 다변화를 위해 전환점에 선 지방 경제 거점도시와 중공업 지원에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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