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이 가족 같은 회사를 목표로 삼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직원이 주인인 회사' '직원이 행복한 회사'는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꿈 같은 얘길까. 대구시로부터 2015 청년고용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포위즈시스템(대표이사 김규혁)과 ㈜대성엔지니어링(대표이사 박대성)은 지방 중소기업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며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사장님 머릿속 "직원들 뭘 좋아할까"…㈜대성엔지니어링
대구 성서산단에 자리 잡은 ㈜대성엔지니어링은 지역의 대표적인 금형 기업이다. 2001년 창업 이래 프레스 엔지니어링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지난해 9월 기준, 전년 대비 109.1%의 청년 근로자가 늘어나는 등 지역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 공로로 청년고용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현재 전 임직원이 45명인데, 작년 한 해에만 12명의 특성화고 졸업생과 전문대학 출신 신입생을 뽑았다. 이곳 박대성(59) 대표이사는 현대자동차 금형부 출신으로 뿌리산업 외길을 걸어왔다.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기술인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박 대표는 "금형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크는 데 10년은 걸린다. 경력이 높을수록 몸값이 높은 대표적인 고급 기술이 금형이다"며 "'어느 직장에 다니느냐'가 아니라 '어떤 직업(기술)을 가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청년 구직자들이 명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형 분야라면 어떤 기업에 가더라도 우대받는 기능인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대성엔지니어링은 청년고용과 기능인 육성에 적극적이다. 박 대표는 "금형 공장은 늘어나는데 인력 공급은 늘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인력을 키우고 있다"며 "특히 도제식 교육을 도입하면서 이직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대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대구공업고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산학 일체형 직업교육을 했다. 작년부터 취업맞춤반을 운영하며 대구경상공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는 대구공고, 대구경상공고 등 고교 5곳, 대학 3곳과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 마이스터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박 대표는 기업도 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장이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을 갖춰주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도제식 교육 도입 후 우리 회사도 많이 바뀌었어요. 지시 위주에서 소통으로 바뀐 거죠." 이런 노력 덕분에 이 회사는 비전이 있는 기업,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젊은이들을 위한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직원들을 외국으로 여행 보내주고, 매년 우수사원으로 뽑히면 부부 동반 외국여행도 보내준다. 직원 휴게실을 증축하고 고교생 자녀의 학비 지원도 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인센티브는 '비전 제시'다. 대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수출 유망중소기업, 2014년 소재부품 전문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저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금형 분야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금형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한국에서 수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철판 소재가 얇아지고 강도는 높아지는 등 혁신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가공법을 익힌 금형 숙련 인력이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박 대표는 "지역 뿌리산업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함께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꼭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소질 있는 인재를 발굴해 어엿한 기능인으로 키우고자 힘쓰겠다"고 말했다.
◆매년 전 직원 외국 연수 "머리 식혀"…㈜포위즈시스템
㈜포위즈시스템은 대구의 대표적인 IT 강소기업이다. 2000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남구 대명동 계명대캠퍼스 내) 입주기업으로 출발한 이 업체는 작년 12월 대구 동구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13년 21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 한 해 54명으로 두 배 넘게 늘 정도로 청년 고용에 적극적이다. 지역 대학생 15명에 대해 일학습병행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원 복지가 뛰어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IT업체 근무를 희망하는 지역 청년들에게는 다니고 싶은 회사로 인기를 얻고 있다.
포위즈시스템은 경영자의 철학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김규혁(54) 대표이사의 경영 철학은 '직원이 행복한 회사'다. "기업의 주인은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직원과 함께 성장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관리'라는 말도 싫어합니다. 상사는 끌어주는 사람일 뿐이죠. 관리 받는 직원은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지만, 스스로 하도록 두면 역량의 100% 이상을 해낸다고 봅니다."
그래서 직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김 대표는 매년 전 직원들에게 외국 문화탐방 기회를 준다. 전 직원이 조를 나눠 교대로 외국 연수를 다녀오는 것이다. 막 입사한 신입사원도 포함된다. 직원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국외 문화탐방을 다녀오면 활력도 생기고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직원의 생일날 부모님께 꽃바구니를 선물해 '가족도 직원처럼 생각하는 회사' 이미지를 심어준다.
직원을 뽑을 때에도 인성을 중시하고, 회사와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을 찾는다. 김 대표는 "직장을 평생 터전으로 생각하고 의욕을 보이는 지원자, 절박함이 드러나는 지원자는 언제나 환영이다"고 했다.
5년 전 경력직으로 이직해 온 회사 관계자는 "원래 이쪽 업계의 이직률이 높은 편인데, 우리 회사는 이직이 거의 없다"며 "사원 복지가 잘돼 있는 편이고, 대기업과 비교할 때 직원과 회사가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상생한다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고 자랑했다.
이런 경영철학은 포위즈시스템이 현재의 위상을 갖추는 저력이 됐다.
위기도 있었다. 2004년 무렵 포위즈시스템은 직원 수를 11명으로 줄이며 경영난에 시달렸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똘똘 뭉쳐 개발한 솔루션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자체 개발한 다양한 솔루션은 이 회사의 자랑이다. 특히 학교 현장의 평가'관리 시스템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들어가는 교원평가 시스템을 개발, 2010년 무렵에는 전국의 3천~4천여 개 학교와 계약을 맺었다. 비슷한 시기에 학생들의 출석 체크와, 학부모와 의견 등을 나눌 수 있는 학생 종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전국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포위즈시스템은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이다. '나눔을 실천하는 회사' '국가 공헌 및 인재를 양성하는 회사'는 포위즈시스템의 또 다른 모토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의료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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