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인 못살 것" 왜곡된 가족관, 패륜으로
'일가족 사망, 잘못된 가족관을 가진 가장의 가족 살해'.
우리나라 가족 살해 사건에는 '일가족 사망'이라는 특징이 있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 중 가족에 의해 살해되는 사람이 5명 중 1명이라는 높은 수치도 동반자살형 가족 살해에서 비롯된다.
지난 2일 대구 서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모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 용의자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A(46) 씨. A씨는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자신도 투신자살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서울에 사는 50대 가장이 말기암 아내와 특목고생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앞서 9월에는 제주도에서 어린이집 원장의 남편이 아내와 자식을 죽인 뒤 자살하기도 하는 등 가족 구성원 한 명이 나머지 가족을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거나 혹은 자살 기도를 했다 실패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가족 살인의 대다수 피의자는 집안의 '가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가장에 의한 일가족 살해가 잦은 이유는 가장 중심의 전통적 가족관을 극단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내가 없으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함께 죽는 것이 낫다'는 잘못된 결론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벌어진 '서초 세 모녀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40대 가장 B씨도 이런 잘못된 가족관을 가지고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다니고 IT 업체 등에서 임원까지 지낸 B씨는 회사를 나온 뒤 재취업이 되지 않았고, 주식에 손을 댔다가 2억여원을 손해 보는 등 연이은 실패 이후 '끝'이라는 생각에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B씨는 가족들을 먼저 살해한 이유에 대해 "자신이 자살하면 딸들에게 충격이 클 것"이라며 '자살자의 딸'이라는 시선을 받으며 사는 것보다 함께 죽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서구 모녀 살해 사건 같은 범죄 형태가 '동반 자살'이 아닌 엄연한 '가족 살해'임을 강조한다. 또 우리 사회 전체가 성장기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나 생명 존중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관 형성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란 지적도 있다.
'가족 살인'은 희생된 가족의 의사는 물론 생명 존중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저질러진 패륜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족의 생사 여부를 가족 내의 권력자인 가장이 정하는 것은 한국사회 특유의 '가족은 나에게 귀속된 존재'라는 인식이 나쁘게 작용한 예"라며 "장애가 있는 자식을 '앞으로 살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해하는 것도 비슷한 형태로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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