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대일로 구상, 북한 통째 빠졌다

입력 2016-03-07 18:55:3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글로벌 신(新)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사실상 북한을 완전히 들어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헤이룽장(黑龍江)성,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 등 동북 3성 진흥을 위해 공을 들여온 북'중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되거나 유보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이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공개한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사업 보고서와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에 관한 제13차 5개년 계획'(13'5규획, 2016∼2020년) 초안에서 북중 경협이 빠진 데 대해 대북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발개위의 '새로운 동북진흥 전략(2016∼2018) 수립과 이행'을 보면 러시아, 한국, 일본, 독일, 이스라엘, 몽골 등과의 협력만이 포함됐다.

북한, 러시아 등 동북지역 이웃 국가들과 연계된 국제 경제협력은 중국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중요한 국가개발사업 중 하나였다.

제12차 5개년 계획(12'5규획, 2011∼2015) 내의 동북 진흥계획상에도 북'중 경제협력과 중'러, 중'독, 한'중'일 경협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2013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런 전략은 더욱 구체화됐다.

철도, 통신 인프라 구축, 자유무역지대'국제관광지대 설립 등으로 중국과 주변국들의 경제를 일체화하는 일대일로와 딱 맞아떨어지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지린성은 지난해 초 발표한 '지린성동부녹색전환발전구역총계획'에서 "러시아와의 자루비노항 건설 협력을 착실하게 추진하고 북한 항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이용하겠다"고 밝히며 일대일로를 위한 '지원사격'을 가했다. 이른바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 전략이다.

중국∼몽골∼러시아∼북한을 잇는 '동북아 철도노선'을 형성하는 등 기존의 '훈춘국제협력시범구' '옌지(延吉)국가중점개발개방시범구' 등을 기반으로 4국 간 '협력틀'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한 등과의 육'해 복합 운송망을 활성화하고 북한을 통한 동해 항로 개설을 본격화해 낙후한 동북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이 전략의 골자다.

시 주석 역시 지난해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연변조선족자치주 등 북'중 접경지역을 시찰하며 이런 움직임을 직접 격려하고 나섰다.

특히 연변박물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 사업에 대해 "중앙(당과 정부)의 중요한 조치"라며 그동안 더디게 진행돼온 북'중, 북'러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채찍질을 가했다.

'창지투 개방 선도구'는 북한'중국'러시아 3국 간 경제협력을 염두에 두고 추진돼 온 두만강 유역 경제벨트 프로젝트다.

이와 관련,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동북지역에 대한 중기 발전계획에서 북한이 배제된 것은 시진핑의 강한 대북 분노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조치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7일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안 했다면 발전 계획에서 북한을 뺄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발개위에서 발간한 자료들에 북'중 경협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북한을 뺀 것은 의도가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지역 진흥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핵개발로 중국의 주변 외교 전략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 북한을 일대일로와 같은 글로벌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참여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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