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더 무섭다] <1>늘어나는 가족 살해

입력 2016-03-06 22:30:02

가정불화 앓다 마음 속 시한폭탄…가족내 참극, 외국보다 잦고 잔혹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가족 간에 일어나는 범죄는 어떤 사건보다 큰 충격을 준다. 최근 자식 살해, 동반자살형 일가족 살해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족 살해.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며 해결책을 찾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늘어나는 가족 살해

'살인사건 5건 중 1건은 가족 간 살인'.

살인사건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 가족 살해는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은 2011년 총 1천285건에서 2014년 1천22건으로 20.4% 줄었다. 하지만 이 중 가족 간 살인 및 살인미수는 20%에서 23%로 오히려 늘었다. 대구도 2011년 3건, 2012년 12건, 2013년 12건, 2014년 8건, 지난해 8건으로 친족 간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 살해 밑바탕에는 지속적인 가정불화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정성국 박사가 2014년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존속 및 비속 살해 사건 중 절반가량이 가정불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속살해(381건)의 경우 가정불화가 188건(49.3%), 정신질환 130건(34.1%), 경제문제 58건(15.2%) 등이었고, 자식을 살해(230건)한 동기도 가정불화가 102건(44.6%)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 62건(27.0%), 정신질환 55건(23.9%) 등이었다.

올 1월 경기도 김포의 11살 소년이 엄마와 함께 심각한 폭행에 시달리다가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등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가족을 살해한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경제문제로 인한 가족살해도 잦아졌다.

지난해 1월 일명 '서초 세모녀 살해사건'으로 알려진 40대 가장의 일가족 살해 사건은 주식 투자에 실패한 뒤 빚을 지면서 경제적 부담이 살해 동기가 됐고, 지난 2일 대구 서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내와 딸을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남성도 도박 빚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돈 때문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 가족을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부모나 아내, 남편 등을 계획적으로 살해하는 사례다.

지난해 3월 제주에서는 40대 남편이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시 남편은 "일어나 보니 부인 숨져 있었다"며 태연하게 119에 신고했고 단순 변사로 추정됐다. 하지만 부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졌고, 도박 빚에 시달린 남편이 부인 앞으로 1억원대의 사망보험을 든 사실도 드러났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이라는 범죄 자체가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 일어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해외에 비해 가족 간 살인 비율이 높은데다 범죄 수법도 잔인해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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